수세 몰린 트럼프, 러시아스캔들 수사자료 공개 지시
코미 전 FBI 국장 문자메시지·측근 감청영장 기밀해제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된 자료의 즉각적인 공개를 지시했다.
측근의 유죄 인정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진행 중인 수사 정보의 공개를 통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중평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성명 형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정보국과 법무부에 투명성 원칙, 그리고 많은 의회의 요청에 따라 관련 문건을 기밀 해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기밀해제 대상에는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맞섰던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앤드루 매케이브 전 FBI 부국장의 문자 메시지 원본이 포함돼 있다.
대선 직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문제가 돼 '러시아 스캔들' 특검팀에서 배제되고 FBI에서 해임된 FBI 요원 피터 스트르조크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도 기밀해제 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영국 정보기관 MI6 요원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유착 의혹을 담은 '트럼프 X파일' 작성자인 크리스토퍼 스틸과 접촉했던 법무부 관리 브루스 오어에 대한 내사 보고서도 공개하도록 했다.
아울러 트럼프 선거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이었던 카터 페이지를 감청하기 위해 '외국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FBI가 발부받은 20페이지짜리 영장도 기밀해제 대상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비난해온 법무부와 FBI 관리들의 문자 메시지와 수사 관련 자료의 공개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지시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반(反) 트럼프 성향의 법무부와 FBI 고위층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명을 씌우려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는 의원들의 주장에 호응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FBI와 법무부 고위층의 정치적 편향성을 암시함으로써 수사 결과의 신뢰성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이번 지시에 숨겨 있다.
특히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의 로버트 뮬러 특검과의 플리바겐(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 합의와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참모였던 로저 스톤에 대한 대배심 수사가 이뤄진 가운데 취해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법무부는 앞서 수천쪽의 수사 관련 자료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일부 자료의 공개가 정보원을 위험에 빠트리거나 진행 중인 수사를 어렵게 할 수 있다며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쉬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명백한 권한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에서 방첩 부문장을 지낸 데이비드 라우프만은 "정치적 이유로 이뤄진 대통령 기밀해제권의 전례 없는 오용"이라며 "민감한 방첩 수사를 위해 개발된 보안정보를 무시하고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마크 미도우 공화당 의원은 자료의 공개를 지지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투명한 것이 항상 승리한다. 절대적으로 합당한 요구"라며 "FBI와 법무부 고위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진실을 미국인들이 알아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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