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체육교류협회 "내년 원산축구장서 남북 유소년축구대회"

입력 2018-09-18 09:24
남북체육교류협회 "내년 원산축구장서 남북 유소년축구대회"

김경성 이사장 "북한, 원산에 1만5천석~2만석 축구장 신축 중"



(고양=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내년에는 북한 원산에서 축구대회를 열 계획입니다. 원산이 우리에게 공개되는 것은 처음일 것입니다."

남북체육교류협회 김경성 이사장은 스포츠를 매개로 남북교류사업을 펼치는 몇 안 되는 비즈니스맨이다.

1990년대 보험사업을 하던 김 이사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즈음 포천축구센터를 설립해 스포츠와 인연을 맺었고, 이후 중국 윈난성 쿤밍시에 스포츠센터를 건립해 중국·북한과 교류하며 대북사업에 눈을 떴다.

김 이사장은 북한 4.25 체육단 강경수 단장 등 북한 체육 주요인사와 신뢰를 쌓은 뒤 2006년 남북체육교류협회를 설립, 본격적으로 교류사업을 지휘했다.

협회의 중점사업은 남북 유소년 축구대회 개최다. 2006년부터 한반도 정세와 상관없이 남북 청소년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축구대회를 꾸준히 개최했다.

2014년엔 한국, 북한을 포함해 여러 나라 축구팀이 참가하는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로 덩치를 키웠다.

아리스포츠컵 대회는 남북 교류에 많은 역할을 했다. 특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참가를 끌어내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쿤밍에서 열린 제3회 아리스포츠컵 대회에서 강원도 최문순 지사는 북한 차관급 체육계 인사인 여명유소년축구단 문웅 단장을 만나 평창올림픽 참가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최문순 지사의 요청이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졌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다. 이후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녹아내렸다.

김경성 이사장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소재 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남북 스포츠 교류사업을 하면서 가장 뜻깊었던 순간"이라며 "민간이 중심이 된 대회였기에 자연스럽게 북한에 참가를 요청할 수 있었고, 이 요청이 북측 내부에 전달돼 참가 분위기를 돋울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또 하나의 '큰 일'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5월 북한 원산에서 이 대회를 개최한다. 대규모 관광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북한 원산이 한국 민간에 개방되는 건 처음이다.

그는 "남북 관계가 개선된 지금도 민간 협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라며 "다양한 스포츠 교류사업으로 남북 국민의 이질감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 일문일답.

-- 최근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서 체육 교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체육교류협회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 4.25 체육단 등 북한 체육 관련 단체와 남북 스포츠 교류사업을 하고 있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남북에서 13회, 중국에서 8회 등 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15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아리스포츠컵 대회는 우리 협회가 주최하는 가장 대표적인 대회다.

-- 지난달 북한 평양에서 아리스포츠컵 대회를 개최했는데.

▲ 한국 선수들이 민간 교류 사상 처음으로 육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해 대회를 치렀다. 다음 달엔 강원도 일대에서 대회를 여는데, 북에선 4.25 축구단, 4.25 여자축구단, 평양국제축구학교 등 3개 팀이 참가한다.

-- 내년 계획도 잡혀있나.

▲ 내년 상반기엔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대회를 연다. 북한은 원산에 1만5천석~2만석 규모의 축구장을 신축하고 있는데, 내년 3월에 완공될 전망이다. 이 축구장에서 내년 5월 20일부터 29일까지 아리스포츠컵 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원산이 한국에 공개되는 최초의 이벤트로 기록될 것이다. 다만 축구장 완공 시기에 따라 개최 장소가 평양으로 바뀔 수도 있다.

-- 남북 교류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북한 고위층이 하는 말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믿지만, 한국 정부는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정권에 따라 대북 기조가 바뀌고 합의했던 것들이 백지화되는 등 신뢰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 하지만 민간은 다르다. 연속성이 있고 쌓아놓은 신뢰가 있다. 민간 교류는 누가 정권을 잡든, 남북 대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12월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아리스포츠컵 대회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평창올림픽 참가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에선 북한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관 중심으로 이행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민간에게도 많은 길을 허용하고 문을 열어줘야 한다.

-- 남북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향후 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 스포츠를 통해 남북 산업발전과 경제교류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현재 유소년 축구대회는 완전히 정착했다. 다음 단계는 한국 프로축구 K리그와 북한 조선축구연맹리그의 교류를 주도하려고 한다. 양대 리그 챔피언의 정기 교류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남북 축구 교류는 예전부터 추진해왔으나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 스포츠 교류는 축구에 한정되나.

▲ 북한 축구선수를 강원FC에 입단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의 허가 방침이 중요하다. 북한은 준비돼 있다. 이 밖에도 북한 복싱 선수의 프로리그 데뷔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4월엔 평양 만경대에서 마라톤 대회, 8월엔 평양에서 국제여자골프대회를 열 예정이다. 모두 한국 선수들이 참가해 활발한 교류를 끌어낼 예정이다.

-- 현실 가능성이 있나.

▲ 북측 고위층과 합의한 내용이다.

cy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