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책상서랍 속' 서울-평양 협력구상 2년 만에 빛 보나

입력 2018-09-17 17:21
박원순 '책상서랍 속' 서울-평양 협력구상 2년 만에 빛 보나

2032년 남북올림픽 개최 힘 싣는 서울시…올림픽 유치 사전연구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2016년 11월 10일 서울시청에서는 '서울-평양 도시협력'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지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한미의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 기조를 흔들림 없이 지속시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힌 날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평양 포괄적 도시협력 구상' 3대 분야 10대 과제를 발표하며 "비바람 몰아치는 들판에서 외로이 살아남았던 개성공단마저 문을 닫은 지금이 바로 전환의 순간"이라고 강조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2년 만에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오는 18일 열리는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시가 마련했던 서울-평양 도시협력 구상이 빛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시장은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한다.

박 시장은 그간 '서울-평양 도시협력 구상'을 바탕으로 북측에 교류 제안을 해왔다. 주로 평창올림픽,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 등에 참석한 북측 인사를 향해서였다. 그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꺼낼 수 있도록 (서울-평양 협력구상을) 제 책상 맨 위 서랍에 넣어두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구상의 1번 과제는 대동강 수질 개선과 평양의 상하수도 개량사업이다. 서울시는 '남북합작 수도공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경제협력 분야에는 평양에 애니메이션 산업단지를 공동 조성하자는 제안이 담겼다.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이 풍부한 평양과 애니메이션 산업이 발달한 서울이 협력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평양 간 도로 중앙분리대 녹지공간에 '태양광 도로'를 조성하고 평양의 유휴공간에 태양광을 설치해 전력 생산량을 늘리는 내용도 있다.



역사·문화·체육 분야에서는 평양 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 협력, 서울시향-평양교향악단 순회공연, 서울-평양 여자축구·탁구경기 등을 구상했다.

당시 서울시의 구상에 참여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현재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자문단 단장으로 참여하고 있고, 정책토론회에서 힘을 보탠 김수현 당시 서울연구원장은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통일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만큼 스포츠·문화 교류부터 물꼬를 튼다는 생각으로 경평축구 부활, '2019년 제100회 서울체전'의 평양 참여부터 타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임 전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반도평화포럼에 연구용역을 맡겨 서울-평양 교류 확대에 대비한 밑그림을 그렸다.

올해 나온 보고서에는 중장기 과제로 서울·부산·평양·원산의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와 서울-평양 KTX(고속철도) 구축을 위한 투자를 추진하는 방안이 담겼다.

평양 외곽에 있는 '강남경제개발지구'에 대한 인프라 투자, 유엔의 대북지원 참여,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평양 공연, 서울-평양 교류를 위한 재단법인 설립 등의 아이디어도 나왔다.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 때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방안을 북측에 정식 제안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서울시도 여기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이미 이달 초부터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사전연구에 나선 상태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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