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중 4명 찬성에 가결?…김해소각장 '협약안' 효력 논란
비대위 "협의체-시 협약 근거 부결"…시 "법률 검토의뢰…주민 동의 없이 가능"
(김해=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김해 생활폐기물 소각장 이전·증설 여부를 놓고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법정단체인 부곡주민지원협의체(협의체)가 김해시와 증설(현대화사업)에 따른 주민지원 협약안을 가결한 것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론 부결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업 자체 효력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협의체와 시가 맺은 '김해시 폐기물소각시설 현대화사업 주변 영향권 주민지원 협약서'가 협의체 내부 규정을 위반한 밀실협약으로 무효라고 주장해온 '장유소각장증설반대 및 이전촉구 주민공동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7일 지난 2월 13일 협의체 제83차 회의록 확인 결과를 공개했다.
이 회의는 시와 협의체 양측이 소각장 이전은 배제하고 현 위치에 증설 및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전제로 주민지원 협약서를 체결하기 일주일 전에 열렸다.
안건이 주민지원 협약안 최종승인 건이었던 이날 재적 위원 9명 가운데 5명이 참석했고 시의원과 교수 2명 등 3명은 위임장을 냈다.
참석자 5명 가운데 1명은 '의결할 수 없다'고 퇴장, 4명만 찬성의사를 표시했다.
그런데 협의체 운영규정 12조6항엔 '위임에 대한 권한의 범위는 출석에만 미치며, 의결은 위임을 포함한 출석수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는 것으로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르면 위임장을 낸 위원까지 모두 8명 가운데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그런데 4명이 찬성해 부결인데도 가결된 것으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협의체 측은 "당시 출석 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해명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당시 협의체에서 가결된 것으로 공문을 보내와 그런 것으로 알고 처리했다"며 "(지금 보니) 협의체 운영규정이 상위법을 위반한 것 같다"고 밝혔다.
시가 협약을 체결하기 전 근거가 됐던 협의체 자체 안건 의결 과정에 적어도 협의체 운영 규정상으로 보면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운영규정 상위법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 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촉법)이다.
폐촉법 시행령(18조)은 '협의체 회의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출석과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김해 협의체도 운영규정 12조3항에 같은 내용을 규정해놓고도 6항에 '위임자'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해뒀다.
시는 이 부분에 대한 비대위 측 공문을 받고 법률 검토를 의뢰했다.
어쨌든 2010년 11월 제정된 운영규정에 따라 8년째 운영 중인 협의체 규정 문제점과 규정을 근거로 한 시 주요 환경정책 결정 과정상 문제점이 뒤늦게 지적돼 향후 소각장 이전·증설 문제를 다루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 83차 회의를 근거로 일주일 후 허성곤 김해시장과 신상훈 협의체 위원장은 폐기물 소각시설 가동협약서와 현대화사업 주민지원 협약서 등 2건의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기간은 소각장 현대화(증설) 준공 다음 해부터 시설 폐쇄 시까지로 했다. 시는 매년 8억원을 주민지원기금을 지원하고 복합스포츠센터·마을문화센터 건립, 가구별 난방비 지원과 주거환경개선사업 지원 등을 약속했다.
협의체는 이에 앞서 지난 2월 6일 제82차 임시회의에서 소각장 증설을 가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위 측은 이에 대해서도 "주민들 몰래 임시회 공고도 없이 개최했으므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비대위 측은 지난 2월 협의체에 보낸 공문에서 "아파트 단지별로 주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소각장 이전에 찬성하고 증설(현대화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이 74∼94%에 이르렀다고 통보했다"며 "주민 뜻을 전하고 이에 반하는 협약을 체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날 부곡주민협의체 위원 즉각 해촉, 부적절한 행정 행위 사과, 소각장 증설 즉각 백지화 및 단계적 이전 등을 시에 요구했다.
또 준법투쟁에 따른 쓰레기 대란 등을 막기 위해 내달 7일까지 시장과 면담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소각장 증설 여부는 폐기물관리법에 정한 지자체의 책무사항으로 소각로 (추가) 설치는 주민 동의 없이 가능하다"며 강공을 예고했다.
시는 이어 "주민협약 체결도 법정사항이 아니며 주민 입장에선 지원금을 변함없이 지원받고, 시 입장에선 주민지원 예산 확보 및 지급 근거로 삼기 위해 문서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장유소각장에 대해 김맹곤 전임시장과 현 허 시장이 2014년과 2016년(보선) 선거에서 이전을 약속했지만 허 시장은 재선 후 이전 때 비용 과다·국도비 지원 불가·소각 폐열 활용 불가 등을 이유로 현 시설 증설로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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