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D-1] 北백화원초대소 11년 만에 南 대통령 맞을듯

입력 2018-09-17 15:57
[평양정상회담 D-1] 北백화원초대소 11년 만에 南 대통령 맞을듯

100여종의 꽃이 피어 '백화원'…주위가 울창한 숲, 외부와 차단

2000년·2007년엔 정상회담 장소로…'제2 도보다리 대화' 가능한 곳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올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백화원초대소가 11년 만에 다시 남쪽의 대통령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북측이 문 대통령의 숙소를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가운데 청와대가 17일 공식 수행원들의 숙소가 백화원초대소라고 밝힌 점으로 미뤄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곳에서 묵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별수행원과 기자단은 평양 시내 고려호텔을 숙소로 쓴다.

사실 백화원초대소는 북한을 찾는 국가 수반급 외빈 숙소로 사용되는 곳으로, 남측에도 익숙하다. 북측은 백화원 영빈관으로 부르기도 한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했을 때도 백화원초대소를 숙소로 활용했고,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과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도 같은 곳에 묵었다.

지난 3월 방북했던 남측의 대북특별사절단이 백화원초대소에서 묵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고방산초대소에 여장을 풀었고,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백화원초대소가 공사중"이라고 밝히면서 양해를 구한 바 있다.

백화원초대소는 국빈급 인사를 맞이하기 위해 평양의 중심인 중구역에서 떨어진 대성구역의 대동강변에 1983년 세워졌다.

널찍한 인공호수를 앞에 둔 3층짜리 객실 2개 동과 종업원 숙소로 구분돼 있으며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돼 경호에도 매우 좋은 환경을 갖췄다.

영빈관 곳곳의 화단에 붉은색 세이지를 비롯해 100여 종의 꽃들이 피어 있어 '백화원'(百花園)으로 명명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객실 간에 거리가 멀고 통로가 넓어 1990년대 초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릴 때는 이곳에 묵은 대표단이 자전거로 이동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초대소에는 숙소뿐 아니라 각종 회담이 가능한 시설도 갖춰 2000년과 2007년 모두 남북정상회담이 이곳에서 열렸다.

이에 따라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백화원초대소에서 열릴지도 관심거리다.

백화원초대소 이외에 노동당 청사도 이번 정상회담 후보지로 거론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본부청사에 집무실을 뒀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방북 첫날인 18일 환영행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식사한 뒤 노동당 청사로 이동해 회담할 수 있다.

남측 인사가 노동당 본부청사를 직접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대북특별사절단이 김 위원장을 면담할 때가 처음이었으며, 문 대통령이 다시 방문해 회담한다면 남북정상회담의 공식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친교 행사가 이뤄진다면 그 장소는 백화원초대소가 될 수 있다.

영빈관에는 커다란 나무와 꽃들로 꾸며진 대형 인공호수가 있어 호수 주변을 거닐며 담소를 나누기에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평양을 방문했던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아침에 호수를 돌며 조깅하다가 북측으로부터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통일부 차관으로 당시 정상회담 준비 선발대장을 맡았던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백화원초대소는 남북고위급회담을 시작해 남쪽과 인연이 깊다"며 "숙소지만 숙식뿐 아니라 회담에서 산책까지 대표단의 모든 활동이 이 한 장소에서 가능할 정도로 멀티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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