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D-2] ⑪ 문대통령 첫 방북…경호는 어떻게
관례상 경호책임은 초청국에 있으나 최근접 경호는 靑이 할 듯
양국 정상 만나는 현장은 남북 합동 경호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2박 3일간 이어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중 청와대가 각별히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가 경호 문제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의에 최병일 경호본부장을 참여시켜 북측과 남북 정상의 경호 문제에 관한 협의를 마쳤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호를 수행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는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에 방문할 때에 준해 문 대통령의 경호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차이가 있다면 노 전 대통령이 당시 걸어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방북, 개성-평양 고속도로 차량 통제 등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문 대통령은 서해 직항로로 방북하는 만큼 이러한 과정이 생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 방북 당시 최근접 경호는 줄곧 청와대 경호실이 맡았다. 북측의 양해를 얻어 초청국이 경호를 전담하는 국제관례를 깬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MDL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제2선 경호가 북측으로 넘어갔다. 북측은 정상회담 상무조(TF)의 지휘 아래 군부대 산하 보위부와 국가안전보위국, 인민보안국을 총동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의 최근접 경호는 청와대 경호처가 맡고 2선, 3선은 북측이 담당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남북이 경호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는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때 두 정상이 함께 등장하는 현장에서는 북한 호위총국 소속 경호원 6∼7명과 우리측 경호원 4∼5명이 최근접 경호를 했는데, 이번에도 그에 준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확한 경호 수행 절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문 대통령이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해 숙소로 이동하는 과정을 비롯해 노 전 대통령의 방북 때에 이어 또 한 번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무개차 퍼레이드 등에 대한 대비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북한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때 제안했다가 남측이 경호 문제로 거절해 이뤄지지 않은 무개차 퍼레이드를 재차 제안했다.
이에 남측 경호팀은 실제 사용차량 사전 확인, 남측 경호원 탑승 보장, 연도 경호안전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고 북측이 이를 받아들여 무개차 퍼레이드가 성사된 바 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이미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경호 실무에서도 양측이 과거보다 소통의 기회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돌발상황 대비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북측은 2007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치가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청와대 경호팀의 위성전화 사용 요구를 받아들였고, 노 전 대통령의 방북 기간 내내 남측 경호 책임자와 차량에 동승해 무전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정보를 전파했다.
이 때문에 최근접 경호를 제외하면 남북 합동경호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4·27 남북정상회담 때도 대통령 경호처와 북한의 호위사령부가 회담이 열린 공동경비구역(JSA) 남측 지역을 '특별경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두 정상을 합동으로 경호했다.
경호처가 경호책임기관으로서 전반적 사항을 준비·실행하고, 각 포스트에서 남북 경호 인력이 유기적 협력을 도모하는 방식이었다.
경호처는 문 대통령의 1선 경호 범위를 비교적 넓게 설정하고 근접 경호 인원을 최소화하되, 2선과 3선에서의 외곽 경호를 집중적으로 강화했다고 한다.
이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편하고 친밀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화려한 경호'를 피하려 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위원장이 회담장인 남측 평화의집을 나서 전용 차량에 탑승하면 주변에서 대기하던 12명의 북측 경호원이 차량을 에워싸고 함께 달리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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