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더 서럽다…임금체불에 우는 노동자들

입력 2018-09-16 07:00
추석이 더 서럽다…임금체불에 우는 노동자들

임금체불액 1조원 육박·피해 노동자 20만 명 넘어

(전국종합=연합뉴스) "추석은 고사하고, 자녀의 대학 등록금도 못 내 곤란한 동료도 있습니다."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단에서 최근까지 천막 농성을 벌인 한 일용직 노동자의 말이다.

온산공단에서는 일용직 노동자 135명이 5∼6월 두 달 치 임금 12억 9천만원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 7월 회사를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을 고발했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해당 업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데다가, 재하도급을 줘서 밀린 임금을 지불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재하도급받은 업체 역시 노동자들과 직접 계약을 맺은 관계가 아니라며 외면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당장 생활비가 없어 일단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이 걱정이다.

1인당 적게는 400만∼500만원에서 많게는 1천200만원까지 임금을 받지 못해 명절을 보낼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한 노동자는 "추석은 고사하고 대학생 자녀의 등록금을 못 내 곤란한 동료도 있다"라며 "무더위 속에서 죽으라 일했는데, 신용불량자가 될 판이다"라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해야 할 추석 한가위가 더욱 서러운 사람들은 또 있다.

강원도에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사용된 임시시설물 설치 비용 지급을 둘러싼 갈등과 각종 임금체불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도 돈을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들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를 상대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강원건설노조는 지난 11일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랜드스탠드(임시관람석) 공급 업체 소속 노동자들, 컨테이너를 판매·대여·운송한 하도급 업체 노동자들, 강릉역 차고지와 환승주차장 조성공사에 참여한 건설노동자들이 임금체불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임금체불액이 100억원을 넘고, 피해 노동자 수가 1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직위는 가능한 추석 이전에 임금체불 문제 등을 모두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땀 흘린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해 고통받는 노동자들은 해마다 증가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전국의 임금체불액(9천993억원)과 피해 노동자 수(20만7천159명)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5%, 9% 늘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41.6%), 건설업(17.7%), 도소매·음식숙박업(12.5%) 순이다.

규모별로는 1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체불액 비중은 지난해보다 증가했으나, 소규모 사업장의 체불액 비중은 감소하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고용부는 자동차 등 제조업 및 건설업 부진과 부품제조 관련 업종 불황이 임금체불 증가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추석을 전후한 이달 3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를 체불임금 청산 기간으로 정하고 단속·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체불청산 기동반도 편성해 체불 현장에 신속히 출동,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체불과 관련, 과거에는 월급이 밀리거나 퇴직금을 제때 수령하지 못했다는 신고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연차수당·휴업수당·시간 외 수당 등 각종 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신고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추석을 앞둔 만큼 체불임금을 조속히 청산해 모든 노동자가 풍성한 한가위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이재현 김근주 김재홍 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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