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욕주의' 간디의 여성관…"女, 쾌락 위한 섹스에 저항해야"
새 전기서 일화 공개…여권 존중 등 '진보적 입장' 견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여성은 쾌락을 위한 섹스에 저항해야 합니다. 섹스는 출산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합니다."
'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여성관이다.
금욕적인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한 간디가 여성의 권리, 성생활 등에 어떤 생각을 지녔는지 엿볼 수 있는 일화가 공개됐다.
영국 BBC방송은 14일(현지시간) 역사가 라마찬드라 구하가 최근 새롭게 낸 간디 전기 '간디:세계를 바꾼 세월'을 토대로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전기는 간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도로 돌아온 1915년부터 1948년 암살될 때까지의 상황을 짚었다.
특히 이 책은 다른 전기에서 깊게 다루지 않은 간디의 여성관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책은 간디가 1935년 미국 사회운동가 마거릿 생어와 만나 나눈 이야기에 여러 지면을 할애했다.
두 사람은 여성은 해방돼야 하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섹스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고 BBC는 설명했다.
생어는 "피임기구가 (여성) 해방을 위한 안전한 길"이라고 주장한 반면 간디는 "남성은 동물적 욕망을 제어해야 하며 동시에 여성은 남편(의 성적 욕망)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디는 "섹스는 오로지 출산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부부는 피임기구를 사용하는 대신 가임기간을 피해 섹스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자 생어는 "아내들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육체적 결합을 원하는 때가 있다"며 "남녀가 사랑하고 함께 있기를 원하는데, 출산을 위해서만 2년에 한 번씩 섹스하도록 억제하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반박했다.
이에 간디는 "모든 섹스는 욕정"이라며 자신의 결혼 생활을 예로 들었다.
그는 아내와의 관계가 성욕의 즐거움에 작별을 고한 뒤 정신적인 것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13세에 결혼한 간디는 아들 4명을 둔 상태에서 38세에 금욕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말년에 자신을 추종하는 여성 여러 명과 한 침대에 드는 등 '기행'을 일삼았다는 기록도 있다.
이에 대해 구하는 전기에서 "간디는 성적 욕망을 정복했는지 테스트할 방법을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한편, 간디는 교육, 직업 등과 관련한 여성의 권리를 존중했고, 여성은 남성과 완전히 동등하다고 믿었다고 전기는 설명했다.
다만 간디는 자녀 양육이나 가사는 여성이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하는 "지금 시대의 관점으로 보면 보수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당시에는 간디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보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40∼1950년대 인도 여성은 공적 생활에서 같은 시기 미국 여성만큼이나 두드러졌다"며 "이것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간디의 중요한 업적 가운데 하나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