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D-2] ⑥ 한반도 주변4강 '비핵화 돌파구' 기대…회담성과에 촉각
美 "2차 북미정상회담 촉진 기대"…中 "비핵화 진전 바라…지속적 역할할 것"
日 "北 비핵화 구체적 행동 기대"…러 "남북대화·북미관계 정상화 지지"
(워싱턴·베이징·도쿄·모스크바=연합뉴스) 송수경 이해아 심재훈 김정선 유철종 특파원 =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은 16일 남북한의 화해·협력 추진을 지지하면서 남북 정상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 진전된 성과를 도출해내길 기대하고 있다.
교착국면에 놓인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하는데 있어 이번 정상회담이 촉매제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하는 분위기다. 이는 앞으로 남북미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논의로 연결되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4강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전략적 이해가 다른 이들 4강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美 "남북정상회담, 2차 북미정상회담 촉진 역할 기대"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이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열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성과가 도출된다면 북미 정상 간 2차 핵 담판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미국과 그 동맹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의해 합의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라는 같은 목표에 전념하고 있다"며 한미 간 긴밀한 조율을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남북 관계의 개선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해결하는 것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며 비핵화-남북관계 개선 병행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 해군연구소(CNA) 소속 켄 가우스 박사는 연합뉴스에 "남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최대한 성과를 끌어낸다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로의 입장을 보다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북미가 교착을 타개할 합의에 도달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중재자 역할을 강조했다.
가우스 박사는 각 주체가 한발씩 물러설 필요가 있다며 한미는 비핵화 검증 조치만을 요구하기보다는 김 위원장에게 양보의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체제 문제에서 유연하게 대처해 현재의 '제로섬 게임'식 교착국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남북이 판문점 선언 이후의 진전을 평가하고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추가적 조치를 발표하길 기대한다"며 "문 대통령이 김정은으로부터 대담한 양보를 끌어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모멘텀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북한이 만족할 수 있는 창조적 방안을 추구하는 동시에 미국이 만족할 수 있는 옵션을 전달하며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단순히 종전선언과 핵 신고를 교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빅딜'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中 "한반도 비핵화 진전 바란다…지속적 역할 할 것"
중국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과 더불어 북한 비핵화 문제의 진전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있어 남북한과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 이번 회담에 반영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4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나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반도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국인 남북 양측이 대화와 접촉을 유지하고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추구하는 것을 시종일관 지지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가 함께 정확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디디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를 위해 지속해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 역할론'도 강조했다.
◇ 日 "북한 비핵화 구체적 행동 기대"…납북자 문제에 촉각
일본은 남북정상회담이 북미 간 합의 이행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이번에도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 진전'과 '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이 미북 관계도 잘 견인하고, 북한 비핵화에 구체적 진전이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길 많이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역시 지난 6일 정례 브리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북미 간 합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예방하고 방북 성과를 설명했다.
스가 장관은 문 대통령의 방북 결과 등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설명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그간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강조해 온 아베 총리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의지를 거듭 피력한 가운데 일본은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며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러 "남북정상회담 결실 기대…북미관계 정상화 중요"
러시아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1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양자 관계 복원을 위한 남북한 지도부의 행보를 지지하며 평양에서 개최될 남북정상회담의 결실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또 "북한과 미국 관계 정상화가 한반도 주변 상황 해결을 위한 전체 과정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한 간 대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러시아도 지지한다는 발언이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 아시아전략센터 소장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문 대통령이 평양 회담에서 제기될 북한의 입장을 미국 측에 잘 전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를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톨로라야는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미국 측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일방적 요구만 제시할 게 아니라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상응하는 양보 조치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면서 "이런 북한의 입장을 미 행정부에 전달하고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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