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몰디브 '외신 취재 제한'에 야권 강력 반발

입력 2018-09-14 13:39
대선 앞둔 몰디브 '외신 취재 제한'에 야권 강력 반발

재선 노리는 현 정부, 기자 비자 요건 강화…야권 "선거부정 은폐 시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오는 23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에서 외신 기자 비자 발급 요건이 강화되자 야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야권은 재선을 노리는 압둘라 야민 현 대통령이 외국 언론의 선거 취재 시도를 의도적으로 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 부정'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고 정부가 음모를 꾸몄다는 것이다.

14일 AFP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몰디브 야권 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의 새 비자정책은 대선 취재를 위해 몰디브에 오려는 외신 기자들을 통제하려는 고의적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자정책은 계획된 선거 사기를 은폐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앞서 몰디브 정부는 새 비자정책을 도입하면서 관광 비자로 입국해 선거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신 기자들은 무조건 상용 비자를 발급받은 뒤 입국해야 한다고 몰디브 정부는 강조했다.

기자들은 취재 활동에 대해 책임질 몰디브 현지 보증인도 확보해야 하며 전 직장 정보, 여행 이력, 은행 거래 내용 등과 관련된 서류도 제출해야 하는 등 발급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과거에는 기자들은 몰디브에 도착한 뒤에도 공항에서 쉽게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었다.

몰디브 정부는 이미 일부 해외 취재진에 대해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대선에서 야권 후보로 나선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는 정부를 향해 "해외 기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몰디브 정부는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 유엔 등 국제사회는 몰디브 대선이 정상적으로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야민 대통령의 정적 대부분이 감옥에 갇혀 있거나 해외 망명 중이라 선거가 여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친중국 성향의 야민 대통령은 올 2월 대법원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영국으로 망명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 등 야당인사 9명의 재심과 석방 등을 명령하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테러, 부패 혐의로 체포했다.

야민 대통령은 45일간 비상사태를 유지하면서 야당 인사들의 복권을 막고 대법원 구성을 여당에 우호적으로 바꿨다.

이에 유엔은 지난 4월 나시드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허용을 몰디브 정부에 촉구했다.

미국도 이달 초 몰디브 정부에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면서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