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전 세계 자살 여성 10명 중 4명은 인도여성"
"조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가부장적인 문화 탓"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전 세계에서 자살하는 여성 10명 가운데 4명 가까운 사람이 인도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The Lancet)'의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전 세계에서 자살하는 여성 가운데 36.6%가 인도여성이라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로 사망하는 인도여성의 비율은 1990년 이후 줄어들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감소 속도가 빠르지 않다.
특히 자살로 사망하는 인도여성을 보면 기혼자, 개발된 주(州) 출신, 35세 이하의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인구재단의 푸남 무트레자 이사는 "이런 연구 결과는 인도의 여성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인도여성이 이처럼 많은 이유로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 가부장적인 문화와 함께 조혼 제도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인도여성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만 15세가 되기 전에 결혼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인도여성의 자살률은 인도와 비슷한 지리적 환경과 사회·경제적 지표를 가진 나라들과 비교할 때 3배 가량 높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무트레자 이사는 "인도의 사회 규범은 매우 후진적이다"면서 "마을에서 여성은 누구의 딸, 누구의 남편, 누구의 엄마로 불린다"고 지적했다.
인도인구재단의 조사결과 조사대상 여성의 62%가 남편의 폭력을 정당하다고 믿고 있었다고 무트레자 이사는 전했다.
인도여성의 자살과 결혼과의 상관관계는 나이 어린 기혼 여성의 생활고, 주부의 가정에서의 낮은 사회적 지위, 여성의 경제적 독립성 결여, 가정 폭력 등 때문에 일어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보고서에서 "인도의 불균형적으로 높은 자살률은 공중보건의 위기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인도 남성의 자살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에서 자살하는 남성 4명 가운데 한 명은 인도 남성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보고서는 실제 인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알려진 것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오명과 경찰의 개입 등을 우려해 자살을 신고하지 않는 가정이나 의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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