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의장에 마크롱 최측근 페랑…의회 장악 더 세질 듯
집권당 사무총장 출신 원내대표…마크롱의 대선·총선 승리 '일등공신'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하원(국민의회)의 새 의장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최측근인 리샤르 페랑(56) 의원이 선출됐다.
하원은 프랑수아 드 뤼지 전 의장이 환경 장관으로 입각함에 따라 12일 저녁(현지시간) 전체 표결을 거쳐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 리샤르 페랑 원내대표를 새 의장으로 선출했다.
페랑은 마크롱이 대권 도전 과정에서 가장 의지를 많이 한 최측근이다.
그는 마크롱이 창당한 집권당 앙마르슈의 사무총장을 맡아 대선 기간 내내 당무와 선거 캠페인을 진두지휘했다.
마크롱은 집권 후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인 페랑을 한국의 국토교통부에 해당하는 영토통합부 장관에 임명했다. 그러나 페랑은 부정청탁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달 만에 각료직을 내려놨다.
페랑이 전에 대표를 지낸 지역 건보기금에 청탁을 넣어 자신의 아내 소유의 건물을 임차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마크롱이 정치적 부담을 느껴 한 달 만에 경질한 것이다.
대신 페랑은 집권당 원내대표라는 다른 중책을 맡아 마크롱이 의회를 컨트롤하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마크롱의 '원조 오른팔' 격인 페랑이 집권당 원내대표를 거쳐 하원의장에까지 오르면서 마크롱의 의회에 대한 장악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프랑스 하원의 전체 577석 중 과반인 312석이 여당인 LREM이 갖고 있다.
LREM은 대선 불과 1년 전에 마크롱이 창당한 신당으로, 작년 6월 총선으로 원내에 진출한 의원 절반이 정치 경험이 없는 신인이라 당과 그 창당자인 마크롱의 영향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다 LREM과 대선·총선 연대로 묶였던 민주운동당(MoDem)까지 합하면 의석의 62%가 '범여권'이라고 할 수 있다.
마크롱은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런 정치지형을 바탕으로 국정과제를 하원에 '하달'하는 방식으로 일을 추진, 의회를 정부의 거수기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크롱 집권 후 대통령으로의 권한 집중에 대해 나폴레옹식의 독재정치에 빗대 "신(新) 보나파르트주의"라고 명명한 정치평론가들도 있다.
정치컨설턴트 스테판 로제는 일간 르 몽드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국민과 정치의 매개체인 의회의 역할을 해치면서까지 엘리제 궁에 권력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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