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천만 음악감독' 방준석의 첫 번째 외출

입력 2018-09-13 18:09
'쌍천만 음악감독' 방준석의 첫 번째 외출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헤드라이너로 출연

"한스 치머 바통 이어받아 어깨 무겁지만 설레죠"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바이크에서 사뿐히 내려 헬멧을 벗는다. 어깨에 살짝 닿는 머리칼이 경쾌하다.

"바이크를 타기 시작한 지 1년 됐다"며 주름진 눈가에 웃음을 얹는 얼굴이 꿈 많은 신인 같다. 베테랑 뮤지션이자 음악감독인 방준석(48).

1994년 유앤미블루로 데뷔한 그는 대중에겐 영화음악 감독으로 더 친숙하다.

쌍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신과 함께-죄와 벌'을 비롯해 '변산', '박열', '사도', '라디오 스타', '너는 내 운명', '공동경비구역 JSA'까지 굵직한 영화음악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청룡영화상 음악상을 두 번 받았고 대한민국영화대상, 부일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음악상을 거머쥐었다. 부산국제영화제 20주년 기념 음악 'BIFF'도 작곡했다.

다음 달 6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개막하는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18'(슬라슬라)은 방준석이 자신의 영화음악을 야외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지난해 첫발을 뗀 이 페스티벌은 거장 한스 치머, '라라랜드'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를 무대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방준석은 한스 치머의 바통을 이어받아 어깨가 무거우면서도 설렌다고 했다.



"오롯이 영화음악에 집중하는 야외 공연이 국내에 없었잖아요. 전 무대와 관객이 만났을 때 주는 느낌이 참 좋아요. 극장에서 듣던 것과 체감하는 게 다를 테니까요. 영화라는 매체의 성질, 음악이 울려 퍼질 장소를 이해해야 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좋은 영화음악이란 무엇일까. 방준석 자신도 오랫동안 고민해온 문제라며 간결한 답을 내놨다.

"만약 극장에서 오케스트라 연주가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다면, 그중에 오케스트라의 비중은 10%밖에 안 돼요. 나머지 90%는 영화관이라는 공간, 영화의 문맥과 상황 등이 채우죠. 즉 영화에서 음악이 따로 들리면 안 돼요. 아무리 좋은 멜로디라도 따로 들린다면 그 영화에 붕 뜬 공간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방준석은 100여 분간 공연을 이끈다. 크게 영화 '신과 함께'와 '사도'를 두 축으로 세트리스트를 구상한다. 특히 '사도'에서 사도세자가 경희궁으로 올라가는 장면에 나오는 강렬한 OST '만조상해원경'을 들려달라는 요청이 많아 고심 중이다. 국악기가 많이 사용됐던 영화들인 만큼 무대에 국악 밴드도 함께 오른다.

그는 "공연이 풍성해지도록 배우분들 중에 노래해 줄 분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페스티벌에는 배우 이병헌이 한스 치머의 공연에 깜짝 게스트로 등장했다.

한국 영화계에 아쉬움도 표했다. 예산 100억원 짜리 영화든, 수십억짜리든 영화음악 예산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라고 꼬집었다.

"아직도 제대로 녹음하려면 싸워야 해요. '가성비'만 따지니까요. 그러나 관객들이 과연 무지하냐? 아니거든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영화음악과 특수효과(CG)에 눈과 귀가 익숙해져 있어요. 그럼에도 일각에선 단가 후려치기를 하고, 제작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받아들이는 악습이 반복됩니다. 이런 고민이 더 풍성하게 이뤄질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깊이를 향해 가지 않는 한 한국영화의 토양은 금방 얕아질 거예요."

방준석은 3주 앞으로 다가온 슬라슬라와 부산국제영화제 준비로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인터뷰 내내 활기찬 에너지를 뿜어냈다. 슬라슬라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잠깐 고민하던 그는 "멜로디를 들려주고 끝내는 것에 그치지 않겠다. '선수'들은 아실 만큼 좋은 공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슬라슬라는 10월 6∼7일 이틀간 진행된다. 첫날은 '방준석 라이브 인 콘서트',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필름 콘서트, 고상지·강이채·최문석의 '더 컬래버레이션' 공연이 펼쳐진다. 이튿날에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모세 섬니, 영국 밴드 더 뱀프스, 영국 밴드 뉴 호프 클럽, 재즈 밴드 타워 오브 파워가 무대를 이끈다.

공연 티켓은 멜론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1일권 11만원, 2일권 15만4천원.

☎ 02-563-0595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