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올리고 돈줄 조인다…투트랙 대응이 투기열풍 잠재울까

입력 2018-09-13 16:58
수정 2018-09-14 09:53
종부세 올리고 돈줄 조인다…투트랙 대응이 투기열풍 잠재울까

다주택자 세금 부담 늘려 기대심리 줄이고 투기자금 유입 차단

전문가 "다주택자 세금 회피 차단…이미 오른 가격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서울·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이세원 기자 = 종합부동산세율을 대폭 올리고 부동산 시장 내 투기자금 유입을 제한하는 대책이 주택시장의 투기 열풍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투기의 악순환을 어느 정도 차단할 것이라는 전망과 시장이 이미 과열된 후 뒤늦게 대책을 강화한 것이라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함께 나온다.



◇ 8·2 부동산 대책 비웃는 시장 과열에 대책 발표

정부가 13일 세제와 금융 양쪽에서 접근하는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것은 현재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투기적 수요가 시장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7.2% 상승했다.

작년 8월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전년 8월보다 5.0% 상승한 것에 비춰보면 8·2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상승 폭이 확대한 셈이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7월 넷째 주에 0.11%였는데 8월 넷째 주에 0.45%, 9월 첫주에 0.47%를 기록하는 등 최근에 시장 과열이 두드러졌다.

올해 7월 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광명시 철산·하안동 일대는 한 달 사이에 신규 공급 아파트 가격이 1억∼2억원 오르는 등 시장에서 체감하는 주택가격 상승 폭은 통계보다 훨씬 컸다.

투기세력의 세금 부담을 키워 주택으로 일확천금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를 줄이고 투기적 자금을 차단해 과열된 주택시장을 진정시킨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으로 보인다.





◇ 투기적 수요자 증세·임대사업자 세금↑…특례도 실수요자 중심

주택 관련 세제 개편은 투기 목적 수요자의 세금 부담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종부세율을 현행보다 최고 1.2%포인트 올리며 세부담을 키운 구상이 눈에 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과세표준 94억원 초과 구간에 종부세 최고세율 3%가 적용됐던 것과 비교하면 정부가 13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이보다 최고 0.2% 포인트 높다.

이번 대책은 3주택 이상 보유자이거나 조정지역 내 2주택 보유자인 경우 94억원 초과 구간에 3.2%를 적용하고 같은 구간에 있는 그 외 주택 보유자는 2.7%를 적용하는 계획을 담았다.

이에 따라 다주택 보유자 등의 종부세 및 이와 연동된 농어촌특별세('종부세 등') 부담은 적게는 약 50%에서 많게는 10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3주택 이상이거나 조정지역 2주택자의 경우 과표가 12억원(공시가격 21억원)인 경우 현재는 종부세 등이 554만원이지만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717만원 늘어난 1천271만원이 된다고 기재부는 분석했다.

여기에 재산세, 지방교육세 등을 합한 보유세 부담 합계는 현행 1천260만원에서 1천976만원으로 늘어난다.

정부가 지난달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동일한 주택을 가진 납세자의 보유세 합계는 1천661만원인데 그보다 부담액이 300만원 남짓 많은 수준이다.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특례도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개편된다.

새로 집을 사서 조정대상 지역에 일시적으로 2주택을 보유한 경우 신규 주택 취득 후 기존 주택을 3년 이내에 양도하면 양도세를 비과세했는데 양도 시한을 2년으로 단축한다.

실거래가 9억원 이상의 고가 1주택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한 이들에게 주던 장기보유 특별공제의 요건도 강화한다.

현재는 거주 기간 요건 없이 보유 기간이 3년 이상이면 24∼80%의 공제율을 적용하는데 앞으로는 2년 이상 거주하도록 요건을 바꾸고 거주 기간이 2년 미만이면 일반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30%)를 적용한다.

주택임대 사업자에게 부여한 세제 혜택을 조정하는 등 세금 부담을 확대하는 구상도 눈에 띈다.

현재는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가 8년 장기 임대주택을 등록하면 양도소득세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데 앞으로는 유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새로 취득한 주택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더라도 양도세를 중과한다.

임대주택에 대한 종부세도 강화한다.

8년 장기 임대 등록한 주택의 경우 종부세 합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유주택자가 조정대상 지역에서 새로 집을 사면 등록 임대주택이라도 합산해 종부세를 매긴다.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도 축소된다.

임대 개시 시점에 수도권 6억원, 비수도권 3억원 이하를 충족해야 감면하도록 주택 가액 기준을 신설해 다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은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일련의 조치에 대해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변신해 세금을 피해갈 구멍을 차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투기자금 차단에 주력…"금융 대책 예상 뛰어넘는다"

금융부문 부동산 대책은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임대사업자 대출과 전세대출 중심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주택 보유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차단하는 부분이 대책의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2주택 이상 보유세대의 규제지역 내 주택 신규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금지하기로 했다.

1주택 세대는 규제지역 내 주택 신규 구입을 위한 주택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추가 주택구입이 이사·부모봉양 등 실수요이거나 불가피한 사유로 판단되는 경우 예외를 허용하기로 했다.

규제지역 내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을 구입할 때에는 무주택자라도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전세대출의 경우 실수요자를 상당 부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와 부부 합산소득 1억원이 넘는 1주택자를 공적 보증 제공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무주택자에게는 소득 등 제한없이 보증을 공급하기로 했다.

투기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임대사업자대출과 관련해선 예상했던 수준의 규제가 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대사업자대출에 LTV 규제를 적용하는 반면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Rent To Interest ratio) 강화안은 최종안에 담기지 않았다.

RTI 규제는 현재 시행 초기이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섣불리 건드리기보다 상황을 좀 더 살펴보자는 신중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전세자금보증을 활용해 금융사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후 전세로 거주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여유 자금을 활용해 '갭투자'를 하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아 완화된 대출규제로 주택을 구입하고 임대사업자 의무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고 보고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올해 2분기 중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은 15.5%, 전세자금대출 증가율은 37.2%를 기록한 바 있다.



◇ "주택가격 추가상승 억제 효과…늦은 감 있다"

유 교수는 이번 대책이 "향후 주택가격의 추가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오늘 발표한 내용은 내일부터 또는 내년부터 적용되므로 이미 오른 주택가격이나 이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은 투기세력에 대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만시지탄(晩時之歎, 시기에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의 느낌도 있다고 규정했다.

종부세 개편안 등을 둘러싼 위헌 주장이 제기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재판연구관으로 각각 근무한 경력이 있는 노희범 변호사는 "세율 자체를 보면 위헌적으로 과도하게 종부세가 부과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어느 정도 잠재울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위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조정대상 지역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 차등 적용에 관해서도 "통상 이들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상승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소유자에 대한 차별적인 취급이기는 하지만 합리적 이유가 없는 자의적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일각에서 위헌 주장이 나올 수는 있으나 수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9·13 부동산 대책', 뭐가 달라지나? / 연합뉴스 (Yonhapnews)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