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조건없는 러일평화조약' 푸틴 제안에 "환경조성 중요"

입력 2018-09-13 15:18
아베, '조건없는 러일평화조약' 푸틴 제안에 "환경조성 중요"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3일 러시아와 일본의 평화조약 체결 문제에 대해 "양국 국민의 이해가 진전돼, 조약 체결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기습 제안한 '아무런 조건 없는 러일 평화조약 연내 체결'에 대해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 해결 등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NHK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현지 진출 일본 기업인 간담회에서 "유감스럽게도 영토문제가 진전되지 못하고 평화조약이 체결되지 못한 채 70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양국 국민의 이해가 중요하다. 서로 의심의 껍데기를 부수고 앞으로 한발 나가는 결의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조약 체결을 위해 양국이 협력하면 큰 성과가 생기고, 생활이 윤택해질 것이라는 인식을 양측이 갖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방영토 귀속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명확히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연내 평화조약 체결 발언은 러일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강한 의사의 표현"이라며 "그러나 러시아 측과 이 문제를 협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 승리 후 북방영토 영유권을 확보했지만 2차대전에서 소련이 승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소련은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 에토로후(擇捉), 구나시리(國後) 등 4개섬을 자국의 영토로 선언하고 지배했다.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미국 등 연합국과 평화조약을 체결했지만, 러시아와는 북방영토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아직도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는 대신 1956년 소일공동선언으로 국교를 회복하면서 "평화조약 체결 후 시코탄, 하보마이를 일본에 인도한다"고 합의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한때 일본 정부 내에서는 4개섬 가운데 시코탄, 하보마이를 인도받는 것을 하한선으로 러시아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으나 러시아 측이 4개섬 모두 자국 고유의 영토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참석 일정을 마치고 13일 오후 하네다(羽田)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아베 총리는 블라디보스토크 체류 기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등과 회담했다. (취재보조 :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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