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에 장기투자하는 이유는…"경제동맹 필요"

입력 2018-09-13 10:45
중국, 러시아에 장기투자하는 이유는…"경제동맹 필요"

FT 지국장, 중국이 '지뢰밭' 러시아에 투자하는 이유 분석

"시진핑과 푸틴의 개인적 성향과 유대도 양국 관계에 영향"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이 서방 국가들과는 달리 정치·경제적 상황이 유동적인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뭘까.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헨리 포이 모스크바 지국장은 13일 칼럼을 통해 중국이 외국인 직접 투자의 '지뢰밭'으로 여겨지는 러시아에 지속해서 투자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중국의 대(對) 러시아 투자가 이어지는 이유는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복 관세와 거친 말을 통해 중국 경제에 대해 공격하면서 중국이 새로운 경제동맹을 찾게 됐다고 포이 지국장은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는 러시아로서도 새로운 경제동맹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서방의 자본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러시아는 돈줄이 필요하다.

러시아가 팔 수 있는 것들, 즉 에너지, 농산물, 무기 등이 안성맞춤으로 중국의 구매 리스트에 올랐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4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의 대러시아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 회장은 지난 11일 러시아의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등과 투자계약에 서명했다.

알리바바는 RDIF 등과 손잡고 합작사 '알리익스프레스 러시아'를 세워 지분 48%를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마 회장은 지난 10일 알리바바 창립 20주년이 되는 2019년 9월 10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앞서 중국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시노펙(SINOPEC)은 2015년 러시아 최대 석유화학그룹인 시부르(sibur)의 지분 10%를 사들였다.

이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펀드가 올해 1월 시부르의 지분 10%를 추가로 인수했다.

시부르의 드미트리 코노프 회장은 동방경제포럼에서 "우리는 그들(중국 투자자)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 그들도 우리에게서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는 항상 변한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포이 지국장은 내다봤다.



두 사람의 개인적인 유대는 양국이 지정학적 동맹을 맺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아울러 두 나라가 유사하게 추진하는 '국가 주도 경제'도 양국의 지정학적 동맹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고 포이 지국장은 주장했다.

포이 지국장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4년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자 경제 협력 대상을 중국으로 돌렸다.

러시아는 중국과 4천억 달러에 달하는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중국의 투자자들에게 다수의 유전 및 천연가스전 개발 사업을 위한 지분을 매각했다.

2016년 러시아는 중국에 첨단무기 판매를 재개했다.

또 중국의 막강한 자본은 러시아의 농업 회사들이 4천200㎞ 달하는 중러 국경선 부근에 농장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올해 무역 규모는 작년보다 20%가량 늘어난 1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 홀딩스' 회장은 "이것은 현실"이라면서 "중국인은 돈을 가지고 있고, 러시아인들은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두 나라간의 투자 관계가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라고 포이 지국장은 지적했다.

때때로 러시아 사업가들은 중국 자본을 마르지 않은 '화수분'이나 언제든지 틀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로 여기고 있다.

시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동방경제포럼에서 장기적으로 신뢰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 정부가 극동지역 개발을 목적으로, 투자 유치와 주변국과의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2015년부터 매년 개최해 오고 있는 국제회의다.

'극동: 가능성의 경계를 확대하며'를 주제로 내건 올해 포럼에는 각국 정상을 포함한 정부 인사와 기업인, 전문가 등 6천여 명이 참가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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