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논란에 머리 숙인 정운찬 KBO 총재…해법은 오락가락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정운찬 KBO 총재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시안게임 야구를 지켜보며 상처받은 분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특히 병역 문제와 관련된 국민 정서를 반영치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이달 초 막을 내린 2018 자카트라·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은 3회 연속 우승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24명 전원이 프로팀 소속인 이번 야구 국가대표 선발 과정이 과연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졌느냐로 KBO는 대회 전부터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위해 3주간이나 KBO리그를 중단한 가운데 실력보다는 병역 특례에 초점을 맞춘 듯한 일부 선수의 발탁을 두고 야구팬들은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거세게 비난했다.
아시안게임이 '합법적인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지적에 예술·체육 분야의 병역 특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질 참이다.
'야구계 당면 과제와 KBO리그의 주요 현안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라고 KBO가 알린 이 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정 총재에게는 병역논란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정 총재는 인사말에서 "KBO가 국위선양이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과거의 기계적 성과 중시 관행에 매몰돼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도 이날 정 총재가 향후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라고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함께 프로와 아마추어를 대표하는 전문가들로 '한국야구미래협의회(가칭·이하 협의회)'를 구성하겠다는 것 정도에 불과했다.
협의회는 프로와 아마추어 인사 5명씩, 총 10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정 총재 설명을 따르면 협의회 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가대표 운영시스템, 야구 경기력과 국제경쟁력 향상 및 부상 방지 시스템의 체계적인 구축, 초중고대학 야구 활성화 및 실업야구 재건 등을 추진하게 된다.
이날 정 총재는 지난해 처음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도입하면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선동열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정 총재는 "선수 선발 책임은 선 감독에게 있다.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또한 "2020년 도쿄 올림픽 로드맵도 그려져 있다고 보고받았다"면서 선 감독의 임기를 우회적으로 보장했다.
그러나 정 총재는 "대표팀 구성이나 전력의 연속성 등을 위해 전임 감독제를 도입한 만큼 협의회가 대표 선수 선발에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더니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과정을 다시 살펴보고 협의회 전문가들과 심도 있게 연구, 토의해서 경쟁력 갖춘 선수 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협의회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갖게 했다.
또한 "기술위원회가 문제점이 있어서 전임 감독제를 만들었는데 이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면 과거 기술위원회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선수 선발에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누가 어떻게 선발했냐고 물어보면 금방 답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갖추겠다"고 덧붙여 혼란을 부추겼다.
과연 선수 선발의 전권이 선 감독에게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했다.
더군다나 정 총재는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했지만, 대표 선수 선발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해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그는 "아마, 프로 간 균형도 있어야 하고 (프로야구) 각 팀에서 1명씩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안배 때문에 병역혜택 논란이 촉발된 거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처음 최종엔트리 24명이 발표됐을 때 kt wiz 소속 선수가 하나도 없었던 점을 예로 든 듯 "그건 다른 얘기다. 1개 구단에서 한 명도 나오지 못했었다. 아시안게임 기간 리그가 중단됐는데 한 명도 대표 선수 없는 팀이 나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과 야구팬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페어플레이와 공정하고 깨끗한 경쟁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해줬다"고 한 정 총재의 앞선 사과가 무색해지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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