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연내 금리인상 불씨 약해지나…고용·물가에 발목
신인석 금통위원, 물가 부진 이유로 '비둘기' 선언
실업, 외환위기 이후 최악…한미금리차 연말 1%p로 커지나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수현 기자 =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인상 기대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지난 5월 경기 논란이 본격화한 이래로 채권금리는 흘러내리며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 아래로 떨어졌다.
이일형 금통위원이 7월과 8월 금통위 회의에서 연이어 0.25%포인트 인상 소수의견을 내며 불씨를 살려놓긴 했지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12일 신인석 금통위원이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비둘기' 선언을 하면서 연내 금리인상 전망에서 더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신 위원은 "물가 상승률이 확대돼 가는 것을 확인해가면서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책금리가 중립금리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본다면서도 앞으로 물가 경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7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신 위원은 조동철 위원과 함께 신중론을 편 것으로 추정된다. 8월 의사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입장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분명하게 의견을 밝힌 것이다.
8월에 1.4%로 내려간 물가상승률이 크게 뛰지 않는 한, 10월과 11월에 신 위원이 인상에 표를 던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31일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연말께 물가상승률이 목표(2.0%) 수준에 근접한다는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올해 물가상승률은 7월 내놓은 전망치(1.6%) 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으로선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표가 5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4대 3으로 과반을 갓 넘는 수준으로 금리인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한은은 경기국면 전환에 대비해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기준금리를 올릴만한 여건이 아니라는 견해도 많다.
고용부진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8월엔 취업자수 증가폭이 3천명에 그쳤고 실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였다.
이런 때 금리를 올리면 한계상황에 몰린 이들에게 무거운 돌덩이를 얹는 모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으로선 극히 조심스럽다.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한다고 해도 효과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
경제 성장세도 '잠재성장률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하방 리스크가 많다.
당장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이렇게 되면 한은이 10월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또 낮출 수 있다. 한은은 당초 3.0%에서 7월에 2.9%로 내렸다.
수출은 호조세이지만 반도체가 '하드캐리'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중 무역분쟁도 불안을 자극한다.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데 3년 만에 메르스가 등장해 긴장케 한다.
한은이 연말까지 금리를 안 올리면 한미 정책금리 차는 1.0%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과거 우리가 경험한 최대치다.
내년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를 올리는데 한은이 그대로 둔다면 전대미답의 길을 가게 된다.
그렇다고 국내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는데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면 오히려 외부에서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지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경제의 '지병'인 가계부채는 대출규제 등으로 관리가 되는 상태라는 견해와 지금 금리인상으로 적극 손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상존한다.
최근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카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솔솔 나오고 있다. 한은으로선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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