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두달…"조선·건설·방송·IT업계 애로 커"

입력 2018-09-12 14:59
주 52시간 두달…"조선·건설·방송·IT업계 애로 커"

경총 '근로시간 단축 심포지엄'서 보완입법 요구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주 52시간제가 아니었을 때 아파트 공사를 계약했는데 52시간제 시행에도 공사를 끝내기로 한 기간은 그대로예요. 입주예정일을 맞추려면 사람을 더 투입해야 하지만, 공사비를 늘리긴 여의치 않네요. 태풍이나 가을장마 때문에 공사를 쉬는 날도 잦은데 막판에 공기에 몰려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건설회사 A사 사장)

"16부작 미니시리즈를 찍으려면 보통 주 110시간을 촬영하는 마당에 주 52시간은 꿈같은 얘기죠. 특례에서 제외돼 내년부터 근로시간이 반으로 줄면 제작비는 2배로 늘어날 거란 소문이 파다해요."(드라마 업계 관계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근로시간 단축 현장 안착을 위한 정책 심포지엄'에는 조선, 건설, 방송, IT콘텐츠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들은 근로시간 단축 이후 업종 특성 등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무는 "조선업종은 고숙련 기술자의 연속작업이나 집중업무가 필요한 해상 시운전, 해외 해양플랜트 사업 등의 직무에 특례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준형 대한건설협회 본부장은 "법이 시행되기 전 착수된 건설공사에 대해서는 종전 근로시간을 적용해야 한다"며 "단축된 근로시간에 맞춰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다면 안전사고나 품질저하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드라마 촬영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되면 제작할 수 있는 드라마 수가 줄어들고 드라마 스태프들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삶'으로 변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현행 1개월 단위 기간은 프로젝트 종료 시점에 임박해 초과근로가 빈번히 발생하는 IT 업종 특성과 맞지 않는다"며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전문가 주제발표에서 이정 한국외대 교수는 지난 6월 일본 국회를 통과한 일하는 방식 개혁법 중 근로시간제도를 참고할만한 사례로 소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일본은 과도한 장시간 근로의 남용을 제한하면서도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고, 고소득 전문 근로자에 근로시간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고도 프로페셔널제)를 신설하는 등 근로자 휴식권과 기업 생산성 향상의 절충점을 고려했다.

또 초과근로의 상한 규제를 도입하면서도 건설업에 5년 적용유예를 뒀고 연구개발(R&D) 업무는 적용 제외 규정을 두는 등 업종과 업무 특성을 고려하는 조치도 병행했다.

김영완 경총 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을 현장에 완전히 정착시키려면 추가적인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 ▲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1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 개별 근로자 동의만으로 유연근로시간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요건 완화 ▲ 인가연장근로 사유 확대 등을 담은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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