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인권조례 재제정 처리 진통…인권단체·보수단체 모두 반발
인권단체 "이전 조례보다 퇴보" vs 보수 기독교단체 "도민 의견수렴 없어"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충남도의회가 추진 중인 인권조례 재제정 안이 진보와 보수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해 처리에 진통이 예상된다.
인권단체는 이전 조례보다 퇴보했다며 반발했지만, 보수 기독교단체는 인권조례 제정 저지에 나서는 등 양측의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충남기독교총연합회 등 충남지역 4개 보수 기독교단체는 12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대 도의회가 이전 도의회의 의결을 거쳐 폐지된 충남인권조례를 도민 의견 수렴 없이 발의해 통과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인권조례는 서구의 사회주의자들이 만든 인권 개념을 강제하는 것일 뿐"이라며 "서구에서 인종, 종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결과 이슬람 난민이 증가하고 무슬림의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로 만든 충남인권조례안은 퀴어축제가 충남에서 열리도록 포문을 열 것이며 가짜 난민과 불법체류자를 옹호하는 조례가 될 것"이라며 "도의회는 인권 기본 조례를 제정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조례안을 발의한 이공휘 의원 등 도의원 9명에 대해 직무를 유기하고 직권을 남용했다며 진정서를 냈다.
앞서 인권단체와 정의당은 충남도의회가 새로 제정한 조례에 '도민 인권선언 이행' 조항을 삭제한 것과 관련, 이전 인권조례보다 크게 후퇴했다며 반발했다.
충남 인권교육 활동가들의 모임인 '부뜰'은 지난 10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도의회가 인권 약자에 성 소수자와 여성을 추가해야 한다는 인권단체의 요구도 묵살하고, 오히려 인권 약자 조항을 삭제했다"며 "인권조례는 모든 도민이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도 "도의회가 자유한국당의 압력에 의해 '도민 인권선언 이행' 조항이 삭제된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며 "정의당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전국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반영해 성 소수자와 여성의 인권 보호까지 명시한 인권조례를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충남도의회는 제10대 도의회가 충남인권조례를 폐지한 지 110일 만인 지난달 27일 이공휘(더불어민주당·천안4)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충남 인권 기본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인권조례에 명시된 인권 교육시간을 늘렸지만, 보수 기독교 단체가 문제 삼았던 '도지사는 도민 인권선언을 이행…' 내용을 담은 조항을 삭제해 '반쪽짜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조례안은 관할 상임위를 통과해 14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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