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풍' 올라탄 新역외탈세…1천억 상속세 안낸 사주도 덜미

입력 2018-09-12 12:00
수정 2018-09-12 13:49
'한류열풍' 올라탄 新역외탈세…1천억 상속세 안낸 사주도 덜미

자녀 유학 중인 국가 법인과 허위계약…거래대금 가장한 생활비 송금

유력 대기업 사주 포함 관측도…"역외탈세 반드시 적발"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국내의 한 연예기획사는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한류 스타의 공연을 개최했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수입금만 7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연예기획사의 사주 A씨는 법인세를 피할 목적으로 수입금을 홍콩의 한 법인 계좌로 송금해 은닉했다. 이 회사는 A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였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수십억원의 세금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결국 국세청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국세청은 A씨의 연예기획사에 법인세 등 90억원을 추징하고 A씨가 차명으로 보유한 해외금융계좌에 대해 과태료 20억원을 부과했다. A씨와 그의 연예기획사는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12일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역외탈세는 날로 촘촘해지는 감시망이 무색할 만큼 정교하고 치밀해지는 추세다.

역외탈세는 통상 조세 회피처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정상적인 조세국가에서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들은 조세회피처를 자금 세탁의 경유지로 이용하거나 현지 법인을 이용해 탈세 자금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 추적을 피했다.

자녀가 유학 중인 국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이 법인에 거래대금을 가장한 생활비를 송금하는 '뻔뻔한' 사례도 속출했다.

국내 한 법인의 사주는 자녀가 유학하는 국가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이 법인과 해외 시장조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매달 용역비 명목으로 일정액의 대금도 보냈다.

하지만 이 계약은 모두 가짜였다.

계약에 따른 거래대금은 해외에 장기 체류 중인 사주 일가의 호화 생활을 위한 자금으로 쓰였다. 현지 법인 명의의 신용카드도 자녀의 유학비용 등에 사용된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하고 있다.

다른 한 기업의 사주는 자녀가 유학 중인 국가의 현지 법인에 제품을 저가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몰아줬다.

그리고 유학 중인 자녀를 현지 법인의 직원으로 허위 채용한 뒤 체류비와 급여 형식으로 유학비용을 제공했다가 국세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한 내국법인의 사주는 선친이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선친의 사망일 전에 빼낸 뒤 '홀쭉해진' 선친의 해외 비자금 계좌를 자신 명의로 변경했다.

이런 방식으로 그가 탈루한 상속세만 1천억원대에 달했다.

국세청은 이 사주로부터 상속세를 모두 추징했다. 또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과태료 40억원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구체적인 조사 대상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비자금 규모와 탈루 세액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국내 유력 대기업 중 한 곳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른 한 기업의 사주는 비자금을 조성할 목적으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리고 홍콩에 설립한 법인이 BVI 법인의 투자를 받는 형식을 취해 BVI가 거둬들이는 투자 수익이 사주로 흘러드는 구조를 교묘히 은폐했다.

사주는 다른 법인 간 거래 과정에 홍콩법인을 끼워 넣고 원가를 낮춰 공급하는 방식으로 홍콩법인에 이익을 몰아줬다.

국세청은 이 사주가 소유한 법인에 약 500억원의 법인세를 추징하고 법인과 사주를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이 지난해 조사한 역외탈세는 총 233건으로 추징세액만 1조3천19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이후 지금까지 76건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이 중 58건에 대해 5천408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상태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역외탈세는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이 확고히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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