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 경기하강기에 유동성 축소로 생사 갈릴수도"

입력 2018-09-12 11:00
수정 2018-09-12 14:22
"중소·벤처기업, 경기하강기에 유동성 축소로 생사 갈릴수도"

한경연 보고서…"경기하강기에 정책자금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앞으로 본격적인 경기 하강기가 닥치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과도한 유동성 축소로 혁신성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낸 '금융의 경기 순응성 완화: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장을 위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벤처투자 자료와 은행 대출 자료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금융의 경기 순응성이 뚜렷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기 순응성이란 경기 상승기에 유동성이 증가하고, 경기 하강기엔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경기 변동을 증폭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보고서는 대기업 대출의 경우 금융의 경기 순응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경기 상승기의 유동성 증가보다는 경기 하강기의 유동성 축소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비대칭적 경기 순응성)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경기 하강기에 유동성 축소로 생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은 "경기 상승기에 유동성이 많이 공급되면서 공격적 경영을 하다 경기 하강기에 공격적 경영의 부작용이 부각됨과 동시에 유동성이 크게 축소되면서 중소·벤처기업의 생존이 영향을 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의 경기 순응성 그 자체로 부실기업의 퇴출이라는 구조조정의 순기능이 있다"면서도 "경기 순응성이 과도하게 작동할 경우 소위 흑자도산이 발생하면서 펀더멘털(기초)이 좋은 기업도 일시적 경영환경 변화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과도한 금융의 경기 순응성의 원인이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다고 보고 중소·벤처기업 스스로가 이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소·벤처기업일수록 기업 리스크가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 스스로 충분한 경영 정보를 자금공급자에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공식 경영 정보 외에 올바른 신용평가에 도움이 되는 비공식 정보 등 다양한 경영 정보를 자금공급자에 제공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금융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관계금융'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보고서는 관계금융을 통해 성과를 내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정책자금의 우선적 배분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능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책자금에 대해서는 경기 순응성 완화를 위해 정책자금을 경기역행적(경기 상승기에 축소하고 경기 하강기에 확대)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 상승기에는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에 정책자금을 축소해도 상대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경기 하강기에는 정책자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것을 보고서는 제안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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