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옥중투쟁 대선 출마 결국 '포기'(종합)

입력 2018-09-12 09:21
브라질 룰라, 옥중투쟁 대선 출마 결국 '포기'(종합)

좌파 노동자당, 부통령 후보 아다지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부패혐의로 투옥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한 법적 투쟁을 끝내고 대통령 후보 자리를 넘겼다.

좌파 노동자당(PT)은 11일(현지시간) 룰라 전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수감돼있는 남부 쿠리치바 시에서 지도부회의를 열어 페르난두 아다지 부통령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노동자당은 룰라가 갇혀있는 연방경찰본부 건물 인근에 모인 룰라의 지지자들에게 대선 출마를 접으며 아다지 후보를 밀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룰라의 서한을 공개했다.

룰라는 서한에서 "한 사람이 불공정하게 갇힐 수는 있지만, 사상까지 가둘 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수백만 명의 룰라이고, 오늘부터 페르난두 아다지가 수백만 브라질 국민의 룰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룰라는 지난 1월 2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등 부패 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로 12년 1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대선 출마를 위한 룰라의 법적인 노력에 대해 연방선거법원은 지난달 31일 판사 7명이 참석한 특별회의를 열어 6대 1 다수 의견으로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에는 형사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피샤 림파'(Ficha Limpa: 깨끗한 경력) 법령이 적용됐다.

유엔인권위원회가 지난 10일 룰라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자 룰라 측은 연방대법원에 출마 자격에 대한 재심을 마지막으로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당 고위 관계자는 대선 후보 교체에 대해 "우리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면서 "아다지 후보는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이며 노동자당의 대선 승리를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가 보도했다.

룰라는 당 지도부 회의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대선 출마를 막은 사법부를 강하게 성토하면서 아다지 후보를 지지해줄 것을 촉구했다.

아다지 후보가 룰라의 지지층을 얼마나 흡수할 것인지가 올해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망한다.

노동자당은 브라질공산당(PC do B)의 남부 히우 그란지 두 술 주(州)의원인 마누엘라 다빌라를 새 부통령 후보로 승인했다.

노동자당과 브라질공산당은 히우 그란지 두 술 주를 시작으로 합동 대선 캠페인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날 나온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의 투표의향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괴한으로부터 피습을 당한 극우 성향 사회자유당(PSL)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24%로 1위를 달렸다. 다타폴랴의 지난달 20∼21일 조사 때보다 2%포인트 올랐다.

민주노동당(PDT)의 시루 고미스 후보가 13%, 지속가능네트워크(Rede) 마리나 시우바 후보가 11%,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제라우두 아우키민 후보가 10%, 좌파 노동자당(PT)의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가 9%를 기록하며 2∼5위였다. 네 후보는 오차범위(±2%포인트)를 고려하면 사실상 대등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득표율 1∼2위 후보 간에 결선투표가 성사되면 승부를 점치기 어려운 판세가 전개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보우소나루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지난달 20∼21일 조사 때의 39%에서 43%로 높아진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선투표 예상 득표율은 고미스 후보 45%, 시우바 후보와 아우키민 후보 각각 43%로 나왔다. 보우소나루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34∼3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아다지 후보와 보우소나루 후보가 만나면 39%와 38%를 기록할 것으로 나왔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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