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EU 이어 유엔과도 대립각?…유엔의 난민정책 비판에 반발
외무부 "부적절하고, 근거없는 비판"…살비니 "유엔 분담금 지불 재검토"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6월 반(反)난민, 반유럽연합(EU) 성향의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선 이래 난민 정책과 재정 규약 등에서 EU와 갈등을 빚어온 이탈리아가 이번에는 유엔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탈리아가 난민들의 인권을 간과하고 있다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발언은 부적절하고, 근거 없으며, 부당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외무부는 그러면서 "이탈리아는 수년 동안 지중해에서 난민 수천 명의 목숨을 구하는 책임의 상당 부분을 도맡았다"고 강조했다.
외무부의 이같은 성명은 전날 미첼 바첼레트 신임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하는 등 정부의 강경 난민 정책과 맞물려 반(反)난민 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이탈리아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며, 이탈리아에 유엔 조사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히자, 이에 반박하는 차원에서 나왔다.
바첼레트 대표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한 제39차 유엔인권이사회(UNHRC) 개회식에서 한 취임 후 첫 공식 연설에서 "이탈리아에서 아프리카 난민과 집시 등에 대한 폭력과 인종 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들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단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바첼레트 대표의 발언 직후 즉각 발끈하고 나선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탈리아가 유엔에 내는 예산 분담금 삭감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강경 난민 정책의 선봉에 선 살비니 부총리는 "유엔은 매년 수십 억 유로를 쓰는 조직이며, 이탈리아는 이 가운데 연간 1억 유로(약 1천300억원)를 기여하고 있다"며 "고문과 사형제도를 운용하는 나라를 회원국으로 둔 채 이탈리아를 가르치려 드는 조직의 낭비, 횡령, 절도를 위한 자금을 계속 대야 할지에 대해 동맹국과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또 이탈리아가 지난 몇 년간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넘어온 난민 70만명을 수용한 사실을 지적하며 "그 누구도 우리를 가르치려 들 수 없다"고 말해 바첼레트 대표에 대한 불쾌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한편,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지난 달에는 EU가 난민 분산 수용에 나서지 않으면 이탈리아가 EU에 부담하는 연간 분담금 200억 유로를 내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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