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유니콘 관행' 역행한 핀터레스트의 '성공'
실버만 CEO의 '슬로우 전략' 먹혔나…이용자 2억5천만 명 돌파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가 모두 유해한 콘텐츠 문제로 비난에 휩싸인 상황에서 핀터레스트는 '진기한 무죄의 마지막 보루(last bastion of quaint innocence)'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 "지난 수년간 소셜미디어의 역할을 강조하지 않아 온 이미지 기반 공유 앱 핀터레스트는 여전히 자기계발, 영감 얻기, 캐러멜 쿠키 조리법 등을 위한 안전하고 행복한 장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핀터레스트는 시장가치가 120억 달러(13조 원)를 넘어서는 유니콘 기업이지만, 다른 유니콘 기업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이용자층을 젊은 얼리어답터가 아니라 사진 등 이미지를 수집하거나 스크랩하기를 좋아하는 미 중서부 지방 여성으로 삼은 점부터가 그랬다.
NYT는 "사업이 일정한 궤도에 오른 후에도 핀터레스트는 모든 것을 희생해 성장을 쫓고 그 모든 승리를 자랑하는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유니콘들과는 달랐다"면서 "이는 창업자의 취향이나 개성과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벤 실버만 창업자 겸 CEO(36)는 다른 유니콘 창업자들과는 달리 언론과의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고, 주요 테크 콘퍼런스의 연사로도 참석하지 않으며, 잡지의 표지모델이 되는 것도 거부해왔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빠르게 움직이고 기존의 것을 파괴하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스타일과 공격적이고 난폭하게 밀어붙이는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스타일이 있다면 느리면서 절제하는 리더십인 실머만 스타일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많은 투자자와 직원들은 "실머만 때문에 핀터레스트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핀터레스트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2억5천만 명을 넘어섰으며 30억 개의 가상 핀보드에는 1천750억 개의 핀이 고정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들의 우려는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핀터레스트는 비상장사여서 실적을 공개할 필요가 없지만, NYT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자료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올 초 2억 명으로 추산되던 이용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도 중요하지만, 매출 역시 올해 상반기에만 7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지난해 대비 5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NYT는 "때 이른 평가이긴 하지만, 핀터레스트가 계속 이런 궤도를 갈 수 있다면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의 성공 스토리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핀터레스트의 시장가치는 123억 달러(2016년 기준)로 평가되지만, CNBC 방송은 최소 130억∼1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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