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 요건은…경찰 "방어 벗어난 과도한 폭력은 범죄"
"폭력 수단도 손과 발 등 침해행위 방위에 필요한 범위여야 인정"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지난달 22일 경남 도내 모 지역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던 의사 A씨는 술에 취한 환자로부터 얼굴을 한 차례 맞았다.
기분 나쁘게 말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그 직후 환자를 때렸지만, 이후 환자는 다시 일방적으로 의사를 폭행했다.
결국 두 사람은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의료행위를 하고 있었는데 먼저 시비를 걸고 뺨을 때린 건 환자"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 CCTV를 확인했더니 A씨가 처음 환자로부터 맞은 직후 한 번 대항하는 차원에 그친 게 아니라 환자를 발로 밟는 등 수차례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A씨에 대해 정당방위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처음엔 억울해했지만 이후 CCTV를 보고서는 조금 과했음을 인정했다"며 "폭행 혐의를 적용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A씨가 환자와 합의해 처벌은 면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5일에는 창원에서 "눈이 마주쳤다"며 폭행당한 B씨가 상대방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다니고 벽에 부딪히게 하는 등 계속 폭력을 행사했다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처럼 먼저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 물리적 대응에 나섰다가도 정당방위(행위)가 아닌 폭행 혐의로 처벌 위기에 놓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찰은 11일 설명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방어를 벗어난 과도한 폭력이거나 침해행위가 제지된 이후에도 지속한 폭력에 대해서는 정당방위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과 발, 도구 등 폭력 행위의 수단도 침해행위 방위에 필요한 범위 내여야 한다.
또 상대방이 침해하려는 법익보다 방위행위로 침해한 법익이 현저히 크지 않아야 한다.
지난해 도내에서 담배 연기에 불만을 표했다는 이유에서 수차례 폭행당한 C씨가 상대방이 소주병을 깨 위협하는 것을 제지하다가 한 차례 폭행을 행사했지만, 정당방위로 판단 받은 것이 한 예다.
경찰 관계자는 "상대방의 부당한 침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침해행위가 저지 또는 종료된 뒤에도 지속한 폭력은 공격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쌍방 폭력사건 발생 때 정당방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수사해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는 공정한 수사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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