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협연에 단원들 동원"…시립교향악단 지휘자 '갑질' 의혹

입력 2018-09-14 07:30
수정 2018-09-14 09:32
"아들 협연에 단원들 동원"…시립교향악단 지휘자 '갑질' 의혹

문제제기한 수석 단원 강등처분 '논란'…지휘자 의혹 부인, 사퇴



(양주=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유명 음대 교수인 경기도의 한 시립교향악단 지휘자가 자기 아들과의 협연에 시향 단원들을 동원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문제 제기한 시향의 수석 단원은 일반 단원으로 강등을 당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휘자는 "사전에 단원들 동의를 받았다"면서 "외부 공연으로 월급이 워낙 적은 단원들이 보수도 받게 하고, 경험을 늘려주려고 했던 것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14일 경기도 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양주시립교향악단 소속 수석 단원 A씨에 대한 강등이 결정됐다.

A씨는 즉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고, 약 반년간의 조사 끝에 A씨의 억울한 사정이 인정됐다.

지난 6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A씨에 대한 부당 강등이 인정된다며, 양주시 측에 강등을 취소하고 강등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양주시 측이 이의제기를 하면서 현재 이 사건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올라간 상태다.

A씨는 자신이 강등되는 등 부당한 처우를 당한 배경에는 국내 사립대학의 음대 교수이자 양주시향 지휘자인 B씨의 '갑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B씨가 자신의 아들 등 사적인 목적의 공연에 단원들을 양주시 몰래 동원했고, 자신이 단원들을 이를 대표해 문제 삼자 강등당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연합뉴스에 "정상적인 연주 활동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단원회의를 통해 건의했는데, 이를 통해 지휘자가 양주시향을 사적으로 이용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A씨는 "음대 입시를 앞둔 학생들이 시향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은 콩쿠르 입상만큼 도움이 되는 경력"이라면서 "단원들은 학생들 앞에서 학예회를 하는 것처럼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 단원들은 연주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것이기에 문제로 삼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수석 단원으로서 문제를 제기한 뒤 2017년 말 이뤄진 평정 결과 A씨는 일반 단원으로 강등됐다.

평정이 낮은 것은 A씨가 리허설에서 손톱을 3차례 이상 깎았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B씨는 이에 대해 "외부 공연 문제는 단원들이 다 동의한 부분이었고, (갑질 의혹은) 한 개인의 주장일 뿐"이라면서 "협연에 아들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나, 총원이 부족해 오히려 내 돈을 내고 숫자를 맞춰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평정은 이와는 전혀 상관없이 손톱을 깎아 연습 분위기를 방해하는 등의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B씨는 또 2017년 이뤄진 단원 평정 심사는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고, 외부 심사위원들로 진행됐다며 A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B씨는 이달부터 양주시향 지휘자직에서 사퇴했다.

양주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지휘자가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했다"면서 "이 때문은 아니고, 대학교수와 시향 지휘자의 겸직이 어려워지면서 사퇴가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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