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노동자 일자리 위협? 이젠 옛말…英노조 "친구 가능"

입력 2018-09-10 15:48
수정 2018-09-10 15:51
로봇이 노동자 일자리 위협? 이젠 옛말…英노조 "친구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영국 노조가 근로현장에 점차 더 많이 투입되고 있는 로봇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자동화 시스템에 거부감을 표시하지 않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로봇 등 투입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 근로시간을 줄이면 된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0일 전했다.

노조의 이런 입장은 로봇이 사람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부정적 인식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로봇과 친구가 되면 된다"는 견해를 담고 있다.

영국 노조는 기술 발전에 따른 이익을 사측과 분배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 산업별 노동조합의 상급 단체로 영국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조직인 영국노동조합회의(TUC) 프랜시스 오그래디 사무총장은 이날 맨체스터에서 열린 TUC 150차 총회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적절한'(decent) 임금을 주고 주당 4일 만 일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그래디 사무총장은 "지금은 새로운 기술에 따른 부를 나눠 가질 때"라며 아마존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 노동자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자들은 200년 이래 최장기간 급여 긴축에 시달리고 있는 등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그래디 사무총장은 "경영자나 주주가 모든 이익을 차지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며 "노동자는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불안정한 일에 매달리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사측은 노동자를 불공정하게 다루는 데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TUC는 보고서를 통해 기술 발전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기술 발전에 따른 이익 증가분이 경영자나 주주에게만 돌아가는 실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TUC는 노동자가 앱이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달되는 작업을 기다리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주장하고 이 때문에 일 이외의 삶을 꾸려가는 게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국의 경우 노동자가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오스트리아와 그리스를 제외하고 가장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급되지 않은 초과근무 수당은 무려 320억 파운드(46조6천723억 원 상당)에 달한다는 게 TUC의 주장이다.

여론조사업체 GQR이 노동자 2천1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81%는 근로시간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45%는 기술 발전으로 작업이 한층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 급여 감소 없는 주 4일 근무제가 도입됐으면 한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3분의 2는 자동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면 집중적인 작업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부분은 자동화가 위험한 일을 줄여주고 창의성을 개선하며 근로를 즐겁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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