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화하는 연안 바다…다가오는 위험 '독성 플랑크톤'

입력 2018-09-11 14:15
아열대화하는 연안 바다…다가오는 위험 '독성 플랑크톤'

서장우 국립수산과학원장 "국가 차원 모니터링·예보체제 구축 준비해야"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올해 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우리나라 연안 바다가 달아올라 고수온 특보가 40일 이상 지속했다.

우리나라 연근해 수온이 세계 다른 지역보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여름철이면 30도를 넘나들어 사실상 아열대 바다로 변해가고 있다.



반대로 겨울에는 수온이 급격히 낮아지는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수온 변화는 해양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양식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등의 눈에 드러난 피해에 주목하는 사이 당장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독성 플랑크톤'처럼 서서히 다가오는 위험들도 있다.

11일 우리나라 수산 분야 최고의 연구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 서장우 원장에게서 최근의 기후변화가 해양생태계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들었다.

다음은 서 원장과의 일문일답.



-- 고수온 현상이 갈수록 심하다. 우리나라 연근해 수온변화 추이와 전망은.

▲ 최근 50년(1968~2017년) 동안 우리 연근해 표층 수온은 1.23도 상승했다. 전 세계 평균 상승 폭(0.48도)의 2.6배에 해당한다. 최근에 여름에는 고수온, 겨울에는 저수온이라는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해양기후모델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이 없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2100년까지 우리나라 연근해 수온은 지금보다 3~5도나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 이 같은 수온 변화가 미칠 영향은.

▲ 수온이 상승하면 비브리오 등 식중독 세균이 왕성하게 활동해 여름철 어패류 소비를 위축시키고, 물고기 질병이 많이 발생한다. 제주지역 넙치에서 여윔증, 복수증 등 기생충에 의한 신종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 고수온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리도 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의 발생 기간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수산업은 특성상 기후변화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는다. 우리나라는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가장 많다.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감소하면 수산업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와 생활 전반의 문제로 이어진다. 독성 플랑크톤 같은 새로운 위험 요인이 나타날 수도 있다.

-- 독성 플랑크톤이란.

▲ 열대나 아열대 바다의 해조류와 산호초 등에 붙어사는 플랑크톤으로 시구아톡신이라는 독을 생산한다. 물고기들이 이 플랑크톤을 먹으면 몸속에 독이 쌓인다.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독이 농축된다. 그런 물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식중독을 일으킨다. 갬비어디스쿠스, 쿨리아, 오스트레옵시스 등이 현재 알려진 대표적인 독성 플랑크톤이다.



-- 사람이 중독되면 어떻게 되나.

▲ 시구아톡신은 우리가 흔히 아는 마비성 패류독소(삭시톡신)와 비교해 10배 이상 독성이 강하다. 사망률은 1% 미만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장기간에 걸쳐 후유증에 시달리기 때문에 아주 위험하다. 구토, 설사, 복통, 메스꺼움 등의 소화기계통 증상은 24~48시간 지속하고 관절통, 현기증, 감각 이상 등의 신경계 증상은 몇 개월에 걸쳐 재발하고 일부 사람은 몇 년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시구아톡신 식중독은 수산물 섭취와 관련해 세균성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환자를 발생시킨다. 연간 1만명에서 5만명이 중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우리나라 연근해에 나타날 가능성은.

▲ 열대나 아열대 바다에서 난류를 타고 온대 바다로 확산하는 추세이다. 일본에서는 남쪽 오키나와는 물론이고 혼슈에서도 중독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200명에 가까운 중독자가 생겼다. 가까운 우리나라도 우려할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시구아톡신을 함유한 물고기가 발견된 보고는 없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2009년 제주 바다에서 처음으로 독성 플랑크톤이 검출됐고 최근에는 남해안 일부 해역에서 극소량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우리에게 닥칠 수도 있는 위험이라고 봐야 한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



--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 유해성 적조나 마비성 패류독소처럼 국가 차원의 모니터링과 예보체계 구축, 신속한 탐색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정밀 분석 장비, 연구인력 등 인프라 구축이 우선해야 한다. 피해가 생긴 뒤 대책을 세우면 늦다. 지금부터 미리 독성 생물이 나타날 우려가 있는 해역과 어종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 수산과학원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 기초연구를 시작한 단계에 있다. 지난 3월 일본의 해양생물독소 전문가를 초청해 시구아톡신 분석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시료를 제공받았다. 공동연구도 하기로 했다. 앞으로 국제협력을 통한 정보교류를 지속해서 추진할 생각이다. 국민이 안전하게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대비하려면 인력과 장비의 확충이 시급하다. 현재 2명이 전국 연안의 패류독소 모니터링과 새로운 해양생물 독소연구를 전담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은 중앙수산연구소의 4명이 분석과 연구를 나눠서 맡고 있고 대학과 다른 연구기관에서 20여명이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 기후변화로 수온 양극화가 심해지면 양식산업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될 텐데 대응방안은.

▲ 고수온과 저수온을 모두 잘 견디는 물고기는 없다. 지금처럼 2~3년간 키워서 상품화하는 방식으로는 수온변동에 대처할 수 없다. 고수온에 잘 견디는 품종과 저수온에 강한 품종을 단기간에 빨리 자라도록 개량해 1년 안에 출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1, 2월에 종묘를 생산해 치어로 키운 뒤 3, 4월부터 양식장에서 양성시켜 11월이나 12월 저수온이 시작하기 전에 출하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붉바리·자바리·능성어 등의 바리과 어류와 방어류 등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수온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양식할 수 있는 바이오플록이나 순환 여과 양식 시스템의 확대 보급도 중요하다. 초기투자비가 많이 드는 게 걸림돌인데 정부가 수산업 경쟁력과 먹거리 안전성 확보를 위해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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