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한동민, 만루포로 막힌 혈을 뚫고 30홈런 벽도 뚫었다(종합)

입력 2018-09-09 18:01
SK 한동민, 만루포로 막힌 혈을 뚫고 30홈런 벽도 뚫었다(종합)

'첫 30홈런' 한동민 "내 자신에게 고생했다는 말 하고 싶다"



(인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016년 7월 프로야구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서 만난 한동민은 상무 제대 후 SK 와이번스에 돌아갔을 때 자신의 자리가 없을까 봐 불안해했다.

정의윤, 최승준까지 가세해 리그 최고의 '거포 군단'으로 탈바꿈한 SK에서 살아남으려면 "이곳에서 나도 뭐라도 하나 만들고 가야 할 것 같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랬던 한동민은 SK 복귀 후 실질적인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29홈런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 이상을 쳐냈다.

그전까지 한동민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13년에 기록한 13홈런이었다.

올해에는 26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작년에 부족했던 홈런 1개를 더해 30홈런 고지에 우뚝 섰다.

SK 구단 역사상 한 시즌 30홈런 이상을 쳐낸 좌타자는 한동민이 처음이다.

30홈런의 마지막 퍼즐이 된 그 홈런이 한동민에게는 물론 SK 구단에도 천금과 같은 한방이었다.

한동민은 9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 1-2로 뒤진 4회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SK는 2사 1루에서 박승욱이 몸에 맞는 공, 노수광이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얻어내며 한동민에게 배턴을 넘겼다.

두산 선발이 현재 리그 평균자책점 1위인 조쉬 린드블럼이라 SK에는 다시 올지 모를 기회였다.

그 기회를 한동민이 놓치지 않았다.

한동민은 린드블럼을 상대로 볼 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체인지업(135㎞)을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크게 넘겼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린드블럼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내리며 좌절감을 드러냈다.

린드블럼의 전 구단 상대 승리를 가로막은 한방이자 최근 3경기에서 단 3득점에 그칠 정도로 답답하게 막혀 있던 SK 타선의 혈을 뚫어낸 한방이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타선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그동안 5번으로 기용했던 한동민을 2번으로 전진 배치했고, 그 변화가 주효했다.

SK는 한동민의 만루포로 전세를 뒤집은 뒤 5회말 1점, 7회말 1점, 8회말 7점을 더해 14-2로 승리하고 2위 자리를 지켰다.

경남고-경성대 졸업 후 2013년 신인 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85순위로 SK 지명을 받은 한동민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탄탄한 하드웨어로 데뷔 때부터 한동민과 도미니칸의 합성어인 '동미니칸'으로 불렸다.

상무 시절, 돌아갈 곳이 없을까 봐 노심초사했던 한동민은 SK 복귀 후 '동미니칸'이라는 별명과 걸맞게 실제 외국인 선수와 활약상이 비교되는 타자로 성장했다.

한동민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좌타자 최초로 30홈런 기록을 달성해 기쁘지만, 그보다는 최근 팀 타선이 식은 상황에서 분위기를 바꾸는 물꼬를 튼 것 같아서 그 부분이 더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작년에 30홈런에 하나를 채우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다시 30홈런을 칠 수 있을지는 몰랐다. 내 자신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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