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티스, 아프간 4번째 방문…머나먼 평화협상에 동력될까

입력 2018-09-09 16:30
美 매티스, 아프간 4번째 방문…머나먼 평화협상에 동력될까

미국, 탈레반과 직접 평화협상 추진…"지금이 평화 위한 적기"

과거 평화협상은 교착 연속…IS 존재 등은 난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일(현지시간) 취임 후 4번째로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면서 지난 수년간 제자리걸음한 아프간 평화협상이 새로운 동력을 얻을지 주목된다.

매티스 장관의 과거 방문과 달리 이번 일정은 아프간에서 구체적인 평화협상 추진 움직임이 감도는 가운데 진행됐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을 비롯해 이번에 새롭게 부임한 스콧 밀러 주 아프간 미군사령관과 만나 최근 아프간 안보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AFP통신은 "매티스 장관의 아프간 방문은 17년째 내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 직접 협상 나선 미국…"전례 없는 기회"

아프간에서는 2001년 미국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이후 정부군과 나토 등 연합군을 상대로 한 탈레반의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내전 종식을 위한 회담이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대부분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공식 상대로 나섰다.

탈레반은 그간 아프간 정부를 거치지 않고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다가 지난 7월 앨리스 웰스 미국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수석 부차관보가 카타르에서 극비리에 탈레반 측과 만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5∼7월 3달 동안 적어도 두 번 이상 미국과 탈레반이 직접 만났다고 보도했다.

양측 고위급 대표단이 아프간 정부를 제외한 채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은 2001년 후 사실상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양측은 형식적인 만남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평화협상을 위한 실질적 해법을 찾기 위해 교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니컬슨 전 주아프간 미군사령관은 "아프간 내전 당사자들에게 평화를 위한 전례 없는 기회가 찾아왔다"며 "지금이 평화를 위한 적기"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테러를 일삼던 탈레반측 분위기도 과거와 달라졌다. 민간인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를 중단하겠다고 지난 7월 밝혔다.

아프간 정부도 지난 2월 탈레반에 합법조직으로 인정할 테니 전쟁을 중단하고 평화협상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하는 등 화해의 손짓을 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이 전례 없이 사흘간 휴전하기도 했다.

탈레반 지도부 중 한 명은 CNN에 "정부군이 죽는다면 그들도 아프간인이고 탈레반 또한 아프간 사람"이라며 "전쟁은 양측을 모두 파괴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CNN은 "17년 내전 끝에 탈레반 야전 사령관들이 평화회담에 마음을 여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 과거 평화협상 '난항 연속'…2년전부터 분위기 변화 조짐

미국은 9·11 테러 후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조직을 테러 배후로 지목했다. 이어 아프간 탈레반 정권에 빈 라덴을 내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를 거부했고 미국은 2001년 10월부터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5년간 유지했던 정권을 내놓게 된 탈레반은 이후 아프간 곳곳에서 정부군 및 나토군을 공격하며 테러를 벌여왔다.

그러다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2009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평화협상 구상에 대한 운을 띄웠다.

계속된 전쟁 속에서도 어느 한쪽이 분명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탈레반과 협상을 해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아프간 정부는 "정부와 탈레반이 협상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탈레반은 "미국 꼭두각시인 아프간 정부와 머리를 맞댈 수 없다"고 맞서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미국-탈레반 간 포로-죄수 맞교환, 아프간 문제 논의를 위한 카타르 정치사무소 개설 등 간간이 성과가 있었지만 고비 때마다 협상 당사자 간에 이견이 불거지면서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2015년 7월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내전 14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회담을 열었지만, 탈레반이 벌인 대형 테러와 탈레반 최고 지도자 물라 무하마르 오마르의 사망 등이 겹치면서 평화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아프간 정부가 2016년 9월 탈레반 다음으로 큰 반군세력인 '헤즈브-에-이슬라미 아프가니스탄'(HIA)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해 말 탈레반 내부에서도 무차별 테러를 중지하고 정부와의 평화협상에 참여하자는 목소리가 대두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군에 공세 강화하는 탈레반·IS 존재 등은 걸림돌

이처럼 미국과 탈레반 사이에 최근 평화 기류가 조금씩 조성되고 있지만, 아직 난관은 많다.

당장 탈레반은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지난달 초 카불 요충지 가즈니를 집중 공격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 측 치안병력 100여명과 탈레반 200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이어 지난달 중순에는 북부 바글란 인근 검문소를 기습해 군경 4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자살 폭탄 테러는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군을 겨냥한 공세 수위는 여전히 높은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8일 탈레반은 현재 2001년 미국 공습 이후 가장 많은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탈레반이 확보한 지역은 아프간 전체의 44%에 불과하다는 미국 정부 측 설명과 달리 군사전문가들은 탈레반 장악 지역은 전체 6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군은 지역 중심 건물과 군사 시설만 차지할 뿐 나머지는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이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아프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이슬람국가(IS)의 존재도 평화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더라도 IS 세력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한 아프간에서 완전한 평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아프간 인근에서만 주로 활동하는 탈레반보다는 국제적으로 무차별 테러를 저지르는 IS가 더 큰 골칫거리인 셈이다.

IS는 아프간에서는 2015년 호라산 지부를 만들어 세를 불리고 있다.

호라산은 이란어로 '해 뜨는 곳'을 뜻하며 아프간·파키스탄·인도 일부를 아우르는 지역을 뜻한다.

아프간 IS는 지난 5월 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카불 관공서 자살폭탄 공격 등 최근에도 여러 건의 잔혹한 테러를 저질렀다.

지난 7월에는 아프간 북부에서 IS 조직원의 자살폭탄 공격으로 탈레반 사령관 등 20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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