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지원비 281억원 '없던 일로'…美, 팔레스타인 관계 더 악화

입력 2018-09-09 08:59
병원지원비 281억원 '없던 일로'…美, 팔레스타인 관계 더 악화

'2천억 삭감' 트럼프 명령 집행 시작…팔' "잔혹하고 비도덕적"

트럼프 "협상 안 하면 돈 못 줘"…중동평화협상 참여 압박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이 팔레스타인인 치료 시설인 동예루살렘 내 병원들 지원에 배정했던 2천500만 달러(약 281억 원)의 집행을 취소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원조와 관련해 2억 달러(약 2천238억 원) 이상을 삭감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향후 미국과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는 더 악화할 전망이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팔레스타인 지원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납세자들이 그 유용성을 느낄 수 있는지를 검토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살펴본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AP와 로이터 통신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동예루살렘 병원 네트워크' 소속 6개 병원 지원에 배정됐던 2천500만 달러는 다른 지역의 최우선 순위 사업에 사용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국의 원조 덕에 그동안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요르단강 서안이나 가자 지구에서 불가능한 심장 수술이나 신생아 집중치료 또는 아동 투석 등을 동예루살렘 내 병원 시설에서 받을 수 있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번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벌을 줘 독립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이스라엘 우파들의 이야기들을 받아들인 것으로, 잔혹하고도 비도덕적"이라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의 대의명분을 없애려고 미국 정부가 시도하는 조치들의 일환"이라며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의 목숨과 병원 직원 수천 명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또 "미국의 조치는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모든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간주된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 삭감이 실제 이행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준비 중인 중동평화안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반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팔레스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2월 초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친(親)이스라엘 편향'이라고 강력히 반발한 뒤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달 초 "협상하기 전까지는 돈을 지불하지 않겠다"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무기 삼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중동평화 협상에 참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말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돕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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