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휴전 불발 후 러·시리아군, 반군 최후거점 대대적 공습(종합2보)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하마 등 연이틀 공격…"민간인 사망자 속출"
에르도안 "푸틴과 다시 만나 휴전 논의 계획"…러·터키·佛·獨 4자회담도
(이스탄불·모스크바=연합뉴스) 하채림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이란·터키 정상회담에서 휴전 합의가 불발된 후 러시아군과 시리아 정부군이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거점을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러시아와 시리아 공군기들이 9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주(州)와 하마주에 대한 맹렬한 공습을 재개했다고 AFP 통신 등이 인권단체와 구호단체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시리아 정부군 헬기가 이날 낮 이들립 남부 시골 지역 마을 호바이트에 60발의 통폭탄을 투하해 소녀 1명이 사망하고 다른 6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하얀 헬멧'으로 알려진 현지 민방위대도 소녀 1명이 정부군의 호바이트 통폭탄 공격으로 숨졌다고 확인했다.
이웃 하마주에서는 러시아 공군기들이 알라탐나 마을의 무장세력 근거지를 10회 이상 공습해 5명의 반군이 부상하고 현지 지하 병원 시설이 파괴됐다.
이에 앞서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전날 러시아군과 시리아군이 이들립주 남부와 남동부를 약 60차례 공습했다고 보고했다.
무장조직 시설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이날 공습으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주민 4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공습은 민간인 53명이 숨진 지난달 10일 공격 이후로 강도가 가장 셌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분석했다.
러시아는 민간인 거주지역을 피해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조직 근거지를 타격한다고 주장하지만 시리아 야권 소식통과 현지 주민들은 대부분의 공습 사상자가 민간인들이라고 지적했다.
이틀에 걸친 러시아와 시리아군의 공습은 지난 7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러시아·이란·터키 3국 정상회담에서 이들립 휴전에 관한 합의 도출이 무산된 뒤 이루어졌다.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주요 거점인 이들립에는 주민과 피란민 약 300만 명이 산다.
러시아군은 이달 4일 이 지역에서 공습을 재개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의 전면적인 군사작전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에 앞서 테헤란에서 열린 러시아·이란·터키 정상회의에서 반군 지원국인 터키는 인도주의 재난과 학살을 우려하며 휴전을 제안했으나 러시아·이란은 이들립에서 '테러조직' 소탕이 불가피하다며 거부했다.
이날 러시아국방부는 이들립 반군이 서방의 공격을 유도하려고 화학공격 자작극을 꾸미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테러분자들'이 화학공격 도발을 위해 이들립에 모였으며, 반군 측 민간구조대 '시리아민방위', 즉 하얀헬멧도 이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조지프 던퍼드 미군 합참의장은 시리아군의 화학공격에 대응할 군사적 수단에 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를 하고 있다고 인도 방문길에 취재진에 말했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화학공격이 벌어졌을 때 대응 계획에 관해 대통령과 통상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우리가 군사적인 수단도 갖고 있기를 기대하고 있고, 우리는 그러한 군사적 선택지 활용에 관해 대통령에게 최신 정보를 계속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레제프 타이이프 에드로안 터키 대통령은 이달 27~28일로 예정된 독일 방문 이후 다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길 원한다고 밝혔다고 터키 언론을 인용해 타스 통신이 9일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테헤란에서 열린 러·이란·터키 3국 정상회담 뒤 귀국편 항공기에서 기자들에게 "(시리아내) 휴전 유지 협정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에르도안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푸틴과 얘기를 나눴다. 우리는 양국 대표들(외교·국방·정보 분야 대표들)이 모든 문제를 논의한 뒤 다시 만나 (이들립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들립 문제에서 긍정적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는 14일 터키·러시아·프랑스·독일 대표들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회담할 예정이라면서 그 뒤에 4개국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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