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활개 치던 스파이 암살시도 용의자들, 3월 이후 두문불출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67)과 딸 율리야(33) 암살을 시도한 혐의로 영국 검찰에 기소된 용의자들이 이전에도 프랑스와 스위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전 유럽을 활발히 돌아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은 암살 시도 사건이 발생한 3월 이후 자취를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8일(현지시간) 스크리팔 부녀 암살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러시아군 정보기관 총정찰국(GRU) 소속 장교 알렉산드르 페트로프와 루슬란 보쉬로프의 항공편 이용 기록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들의 여권은 진짜지만 이름은 가명이며, 이것이 러시아 정부나 정부 기관이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 중 하나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암살시도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수차례 스위스 제네바를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기구 본부가 몰려 있는 제네바는 각국 첩보원들이 몰려 정보를 모으고 각종 임무를 부여받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텔레그래프는 설명했다.
페트로프와 보쉬로프는 제네바 외에도 2016년 9월 여권을 발급받은 뒤로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가모,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과 러시아 모스크바를 오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주로 러시아의 아예로플로트 항공을 이용했는데, 에어프랑스, KLM, 러시아 저가항공 등도 이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스크리팔 부녀가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돼 쓰러진 사건이 발생한 뒤로 이들의 여권은 사용되지 않았다.
한편 영국 경찰과 정보당국은 암살시도 사건 발생 다음 달인 지난 4월 초 페트로프와 보쉬로프를 주요 용의자로 특정했지만, 다가올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자국민 안전을 고려해 공개를 미뤄왔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영국 정부는 페트로프와 보쉬로프가 다시 같은 여권을 가지고 유럽에 들어올 때를 조용히 기다렸지만 이들은 모습을 감췄다.
결국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의회가 여름 휴회기를 마치고 재개할 때를 기다려 용의자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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