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자리에 앉지 않은 벤투 감독…선제골에도 '포커페이스'
2-0 승리로 끝난 데뷔전서 열정적인 지휘
(고양=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데뷔전에서 좀처럼 벤치에 앉지 않았다.
지난 달 축구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벤투 감독은 7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코스타리카에서 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가벼운 회색 티셔츠 유니폼으로 나온 벤투 감독은 경기 시작 전 벤치 선수들과 하나하나 인사를 나눈 후 벤치 끝에 앉았다.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킥오프를 기다리던 벤투 감독은 경기가 시작되자 자리에 앉지 않고 그라운드 옆에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이따금 자리로 돌아와 물을 마시거나 옆에 앉은 마이클 김 코치,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와 얘기를 나누기도 했으나 금세 다시 일어섰다. 로날드 곤살레스 코스타리카 감독대행이 경기 초반 벤치에서 보낸 시간이 많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벤투 감독은 선수들의 좋은 플레이엔 박수로 격려하고 제스처를 섞어 큰 소리로 그라운드의 선수들에게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근처로 선수를 불러들여 통역을 거치지 않고 지시하기도 했다.
벤투 감독이 마침내 자리에 앉은 것은 전반 35분 코스타리카 수비수가 크리스티안 감보아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남태희에게 반칙을 해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순간이었다.
감보아의 반칙 직후 자리에 앉아있던 코치진이 일제히 일어났지만 벤투 감독은 '어필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페널티킥'이라는 듯 조용히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이후 손흥민이 찬 공이 골대를 맞고 튕겨나오고 그걸 다시 이재성이 골대 안에 밀어 넣은 순간에도 벤투 감독은 자리에 앉아 표정 변화 없이 지켜봤다.
기뻐하기는커녕 손으로 얼굴을 괸 채 심드렁하게까지 보이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선제골 이후 벤투 감독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진지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중 특이사항이 있을 때마다 코치진과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김민재와 황의조, 문선민 교체 투입을 앞두고는 선수들에게 일일이 자세하게 지시사항을 전하고 머리를 두드려 격려했다.
후반 33분 남태희의 두 번째 골이 나오는 순간엔 교체를 앞둔 황인범과 대화를 나누다가 골 장면을 보고 표정 변화 없이 한쪽 주먹을 불끈 쥐었다.
2-0 상황에서도 계속 선 채로 경기를 지켜보던 후반 추가 시간이 모두 끝난 후에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가장 먼저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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