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너무 비싸" 서울교육청, '좁은 땅에 학교 짓기' 연구
부지협소 초등학교 건축모델 마련…재건축·재개발지 신설학교에 적용
학교용지 기부채납 거부 서울시 방침에 교육청 자구책 마련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좁은 땅에 학교를 지을 방법'을 연구한다. 학교용지 구하기가 녹록지 않아서다.
서울시교육청은 '부지협소 대응형 초등학교 건축모델'을 마련하는 연구에 착수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는 한국교원대 산학협력단이 맡는다.
이번 연구는 '작은 부지에 병설 유치원과 돌봄교실, 지하주차장 등이 설치된 36학급 규모 초등학교를 짓는 건축계획'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교육청은 좁은 땅에 학교를 지으려면 학교건물을 고층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화재나 지진 등 재난 발생 시 학생들 대피가 쉽도록 건축계획을 짜달라고 연구진에게 요청했다.
또 미래 교육과정과 사회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학교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주문했다.
올해 4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는 강동구 상일동에 고이초등학교(가칭) 신설을 승인하면서 서울시교육청에 '재건축지역의 협소 부지에 학교를 지을 수 있도록 건축모델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고이초처럼 좁은 땅에 학교를 지어야 할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서다.
고이초는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사업으로 지역 학생 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신설된다. 고이초가 생기지 않는다면 인근 고일초(현재 휴교)는 재건축사업이 끝나는 2020년 학급당 학생 수가 50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 1천300여명이 다닐 고이초 부지 면적은 8천116㎡다.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 규정상 면적 기준은 충족하지만 비슷한 수의 학생이 다니는 기존 학교보다는 1천~2천㎡ 작다. 예를 들어 같은 상일동에 있는 강명초는 전교생 1천380여명에 부지 면적이 9천818㎡다.
이처럼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서울시교육청도 학교용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재건축·재개발사업으로 인구가 늘어날 곳에 학교를 설립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ㆍ군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지역을 비롯한 개발지역에는 2천~3천 가구당 1개 학교가 설립돼야 한다.
문제는 돈이다. 일반적으로 학교 1곳 부지를 확보하는 데 평균 약 100억원이 드는데 서울에서는 평균 400억원가량이 소요된다고 서울시교육청은 설명했다.
실제 고이초 부지 공시지가는 522억원에 이른다.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단지인 헬리오시티에 들어설 가락일초·중 통합학교 부지(1만2천705㎡)는 880억원,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단지 신설학교 부지(1만6천125㎡)는 1천90억원이다.
교육청은 그간 재개발·재건축지역 학교용지를 주로 기부채납으로 확보했다. 재개발·재건축조합으로부터 부지 전부를 기부받거나 일정 부분을 기부받은 뒤 서울시와 반씩 비용을 대 나머지를 매입하는 방식을 써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학교용지 기부채납을 받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조합이 학교용지를 기부채납하면서 용적률 혜택을 받고 학교용지부담금도 면제받는 점 등이 불합리하다며 작년 11월 '시장방침 제208호'를 발표해 학교용지 기부채납을 받지 않기로 했다.
교육청은 이런 방침이 지자체가 학교용지 확보에 노력하도록 한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에 위배된다며 철회를 주장하지만 받아들여질지 미지수다.
재건축·재개발사업조합에 기부채납을 요구할 권한이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소부지 학교모델 마련 연구는 교육청의 자구책 성격도 짙다.
연구결과는 이르면 연말께 나올 예정이다. 교육청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협소부지 중·고등학교 건축모델'도 만들지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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