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외박 중 술마신 사관생도 퇴학은 위법"…학칙개정 불가피
"기본권 과도하게 침해"…사관학교 '三禁제도' 손질해야 할 듯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금주 의무'를 어기고 외박 중에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육군3사관학교 생도를 퇴학시킨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관생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취지로 음주와 흡연, 결혼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이른바 사관학교의 '三禁(3금)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퇴학당한 3사관학교 생도 김모씨가 학교를 상대로 낸 퇴학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에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관생도의 모든 사적 생활에까지 예외 없이 금주 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사관생도 행정예규'는 생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물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예규에서 정한 금주 조항은 생도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전혀 강구하지 않았다"며 "생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지적했다.
3사관학교는 김씨가 1학년이던 2014년 11월 동기 생도와 함께 외박을 나가 소주 1병을 나눠 마시고, 이듬해 4월에도 가족 저녁 식사 자리에서 소주 2~4잔을 마신 사실을 적발하고 2015년 11월 퇴학처분을 내렸다.
사관생도 행정예규는 '생도는 음주할 수 없다. 단 부득이한 부모님 상/기일 등으로 음주를 해야 할 경우 훈육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1·2심은 "퇴학처분으로 김씨가 받게 될 불이익이 학교가 퇴학처분으로 이루고자 하는 공공목적보다 현저하게 크다고 할 수 없다"며 퇴학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퇴학은 사관생도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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