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적금이라도 깨야 하니"…울산 건설채용박람회 찾은 실직자
22개 업체 129명 구인에 조선업 퇴직자 등 1천명 몰려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당장 적금도 깨야 할 판인데,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왔습니다."
조선업 침체로 고용 위기가 이어지는 울산 동구의 전하체육센터에서 7일 열린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현장 채용박람회'에서 만난 문모(55)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문씨는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협력업체에서 10년 넘게 일하다가 지난달 해양공장이 작업 물량 부족으로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자동차 관련 업체나 건설 일자리 등을 알아봤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3주가량 실직 상태다.
아직 기존 업체에서 퇴직금도 받지 못한 상태라서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적금이라도 깨야 할 판이다.
그에게는 아직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두 자녀가 있다.
이날 박람회에 참여해 22개 업체 중 5∼6곳을 둘러본 문씨는 "중공업 협력업체서 일할 때 그라인더(연삭) 작업을 했는데, 비슷한 업종을 찾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임금을 좀 잘 쳐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의 손에는 3곳의 업체 연락처가 적힌 종이가 쥐여 있었다.
이날 박람회에는 문씨처럼 구직에 나선 40∼50대 실직자 1천 명가량이 몰렸다.
구직자들은 취업상담 부스를 돌아다니며 임금과 근로조건, 하는 일 등을 물어봤다.
구인에 나선 한 원자력 건설업체 채용담당자는 "조선업종과 원전 건설이 큰 업무 연관성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일하겠다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라며 "두 명 정도 채용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는 울산시와 한국수력원자력 주최로 조선업 실·퇴직자를 지역의 대규모 건설공사 사업장에 취업시키고자 마련됐다.
박람회를 통해 모두 129명이 일자리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람회와 함께 울산 동구청에선 울산시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주최로 일자리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선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선사문화관광단지 조성, 동북아 수소 메카 사업 등 신규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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