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10년] ②우리는 달라졌나…꺼지지 않는 위기의 불씨
10년 주기 위기설 속 신흥국 불안…한국 건전성 지표는 '개선'
가계부채는 위험요인…전문가 "저성장 우려…경제활력 되찾아야"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수현 기자 = 세계 금융 중심인 미국의 은행 시스템이 속 빈 강정 상태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2008년. 월가발 충격파에 국제 금융시장은 속절없이 휘청거렸다.
10년이 지난 지금 글로벌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진다. '10년 주기 경제위기설'은 설마에서 혹시나로 사고 흐름을 몰아간다. 만약 경제 위기 쓰나미가 다시 밀려온다면 한국 경제는 버텨낼 수 있을까. 방파제 높이와 강도를 살펴보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진앙인 미국을 비롯해 각국은 부랴부랴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금융기관 자산건전성을 깐깐하게 따지고 개별 기관의 문제가 시스템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차단막을 쳤다.
동시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대대적인 돈 풀기에 나섰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 충격을 점차 지워가고 있다.
미 연준은 경기 호조에 힘입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도 채권매입 종료와 금리인상을 향해 서서히 나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도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불안이 맴도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긴장감을 높이는 소식이 줄지어 나온다.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며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진행 중이다. 세계 양대강국의 경제 패권 다툼에 유탄이 날아올까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점진적 금리인상을 이제 시작했는데 터키, 아르헨티나 등 취약 신흥국들은 벌써 쓰러지고 있다.
한국은 이들 국가와는 결이 다른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오르내림이 있지만 진폭이 크지 않다.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은 40대 초반에서 안정됐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채권시장에는 올해 들어 8월까지 143억9천만 달러가 유입됐다. 주식자금은 연간으로는 -23억1천만달러지만 7월과 8월엔 순유입됐다.
그 배경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77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거시경제 안정을 추구하며 방어적인 정책을 펼친 점이 꼽힌다.
재정을 다소 긴축적으로 운영했고 선물환 규제 등을 강화해서 넘쳐나는 해외 유동성이 국내로 너무 많이 들어오지 않도록 조절했다는 것이다.
달콤함을 조금 포기한 대신 위험을 피하는 전략이다.
과거 금융위기가 한국으로 넘어오는 통로가 된 외화유동성 문제는 집중적으로 손봤다.
6월 말 한은의 국제투자대조표(잠정)를 보면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0% 내외, 대외채무에서 차지하는 단기외채 비중도 2013년 6월 이래로 5년째 20%대다. 단기외채 비율은 2008년 9월 말엔 79.3%, 단기외채 비중은 2007년 3월 말 53.6%였다.
이후 외환보유액은 4천억달러 선으로 늘었고 지난해 이후 통화스와프 협정도 중국과 연장한 데 이어 캐나다, 스위스 등과도 체결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경각심이 느슨해지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금융위기 후 생긴 도드-프랭크법과 볼커룰 등 금융규제 법안이 줄줄이 완화되는 분위기다.
또 오랜기간 저금리가 이어지며 정부와 민간 부문 부채가 급격히 불어나는 등 부작용이 위협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한국에서는 1천500조원 안팎인 가계부채가 최고 위험 인자로 꼽힌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리스크는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간에 전반적으로 많이 늘어난 가계부채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세 둔화 등 경제 구조 문제도 우려 요인으로 언급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비용 증대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니까 외국인들이 투자금을 수익성이 높은 다른 투자처로 옮기는 것이 장기적인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선 위원도 "외환위기 가능성은 줄어든 대신, 저성장 리스크 우려가 부각된다"며 "구조적으로 생산인구감소 등으로 성장잠재력이 계속 떨어지는 데 경제활력을 어떻게 되찾을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 역시 "단기 리스크 요인보다는 거시적으로 잠재성장률을 올리는 게 필요할 때"라고 같은 의견을 보탰다.
백 실장은 "다만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담보부거래에 힘을 실으면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급격히 늘어난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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