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효상 "청와대는 콘크리트로 목조 흉내 낸 가짜"

입력 2018-09-06 16:50
수정 2018-09-06 20:02
승효상 "청와대는 콘크리트로 목조 흉내 낸 가짜"

에이트 인스티튜트 건축특강 시즌2서 강연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왜 말년에 비참할까요. 청와대가 나쁜 건축물이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콘크리트로 목조 전통가옥을 흉내 낸 가짜예요."

서울시 총괄 건축가를 거쳐 국가건축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는 6일 서울 강남구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건축적 미학과 사유의 기호, 아트하우스'를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우리가 만드는 건축이 좋으면 우리 삶이 좋아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강연은 문화예술 전문 교육기관인 에이트(ait·art institute tomorrow) 인스티튜트가 마련한 건축특강 시즌2 '건축도시, 건축미학'의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승 대표는 윈스턴 처칠이 한 말인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그 건축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를 소개한 뒤 국내 정치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청와대와 국회의사당이 권위적이고 봉건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 관저를 가보니 살 만한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복도가 굉장히 어둡고 바람은 잘 안 통하고 음울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저에서 5년간 산다면 정신병에 걸리거나 허위의식에 사로잡힐 듯하다는 점에서 이 건물은 없애든지 대통령 거처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승 대표는 국회의사당에도 필요 없는 기둥과 돔이라는 거짓 장식이 있다면서 "건물에 진정성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축'(建築)이라는 용어를 재고해 보자고 제안했다. 건축은 일본인이 근대에 만든 조어로, '세우고 쌓는다'는 의미가 담겼다.

승 대표는 "전통적으로 중국은 영조(營造), 일본은 조가(造家)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영어 '아키텍처'(Architecture)는 그리스어에서 온 단어로, 으뜸이 되는 기술이나 큰 학문으로 번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은 우리 고유어로 무엇일까요. 바로 '짓다'입니다. 저는 이 단어가 좋아요. 시, 밥, 농사, 옷도 짓는다라고 하잖아요. 어떤 사람이 재료나 질료를 갖고 이념과 사상을 집어넣어 전혀 다른 물체를 창조하는 행위가 '짓다'입니다. 그에 비해 건축은 물리적 행위만을 지칭하는 말 같아요."

승 대표는 평소 역설하는 용어인 '지문'(地文)에 대해서도 논했다. 지문은 땅에 새겨진 무늬이자 '터무늬'다. 터무늬와 발음이 거의 같은 터무니는 터를 잡은 자취를 뜻한다.

그는 "터무니라는 말은 선조들이 우리 존재가 터에서 비롯됐다고 인식한 결과"라며 "터무늬를 없애고 짓는 집에 살면 터무니없게 된다"고 농을 던졌다.

그러면서 "모든 땅은 어떤 건물이 세워져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좋은 건축가라면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며 "땅이 요구하는 대로 지으면 걸작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승 대표 강연으로 시작한 에이트 인스티튜트 건축특강 시즌2는 11월 22일까지 진행된다. 이석정 서울대 교수, 문정묵 상명대 교수, 문훈 문훈건축발전소 대표 등이 강사로 참여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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