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청문회 불출석한 구글에 '괘씸죄'…"오만하다"

입력 2018-09-06 11:41
미 의회, 청문회 불출석한 구글에 '괘씸죄'…"오만하다"

페이스북·트위터엔 '이해'…NYT "자주 접촉해야 정치권 이해 구할 수 있어"

"수년간 쏟은 엄청난 대의회 로비 헛수고돼"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어느 회사도 혼자서는 이 문제에 대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책임에 대해 솔직해야 한다."

5일(현지시간)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잭 도시 트위터 CEO(최고경영자)를 상대로 한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리처드 버 정보위원장(공화)이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소셜미디어 공간의 외국 세력 개입 등의 혼란을 막기 위해 의회도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한 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청문위원들 대부분이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외국의 영향력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 수많은 조처에 대해 신뢰를 보냈으며 정부가 외국의 간섭을 뿌리 뽑기 위해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이들 회사의 견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개인정보유출 파문으로 청문회장에 불려온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집중 질타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NYT는 "샌드버그 COO와 도시 CEO는 의회에 더 많이 참석해서 논의하는 것이 워싱턴과의 관계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청문회장에 선 두 사람은 모두 발언에서 자사의 플랫폼에서 '외국의 나쁜 행위자'들이 벌이는 일들을 인정하고 여러 차례 사과했다. 또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의회와 더욱 협조하겠다고도 했다.

NYT는 "소셜미디어 회사들을 강력히 비판해온 의원들이 불과 수개월 만에 이처럼 급격히 태도가 변한 것은 이들이 의회의 요구에 순응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혐의'를 받는 구글에 대해선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상원 정보위는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래리 페이지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에게도 출석을 통보했다. 하지만 구글 측은 "우리는 외국 개입 문제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다르다"면서 출석을 거부했다.

의원들은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민주)은 공석인 페이지 CEO의 자리를 향해 "보이지 않는 증인,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말했고,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은 "러시아 댓글 농장이 구글 광고를 구매하려고 했던 사실이 시민단체의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면서 "그들이 출석하지 않은 것은 거만하기 때문"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마크 워너 상원의원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플랫폼 중 하나인 구글의 최고 리더십이 위원회에 참석하기를 거부했다"면서 "그 규모와 영향력을 감안할 때 구글 경영진은 최근의 문제를 자신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중요한 공적 토론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0년의 역사에서 가장 치열한 정치적 감시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구글이 의회에서 스스로 변호할 기회를 그냥 흘려보냈다"면서 "이는 오랫동안 '훌륭한 기업'으로 초당적인 정치적 지원을 향유했던 구글에 큰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라이던트 DMF의 파트너인 애덤 골드버그는 "지난 수년 동안 대의회 로비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던 구글의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갔다"며 "테이블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메뉴가 될 뿐이며, 의원들은 몹시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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