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갑작스러운 프리랜서 정보요원 신상 국가기밀화 왜?

입력 2018-09-06 10:57
푸틴, 갑작스러운 프리랜서 정보요원 신상 국가기밀화 왜?

英검찰 이중스파이 독살시도 러시아군 용의자 발표 직전…'연관설' 모락모락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대외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정보요원의 신상을 국가 기밀화한 것에 대한 배경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영국 검찰은 지난 3월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독살시도 사건에 대한 용의자로 러시아군 장교 2명을 특정해 발표했고, 푸틴 대통령은 앞서 이틀 전인 지난 3일 프리랜서 요원 신상을 기밀화하는 내용이 담긴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기존에는 정규 직원의 신상만 국가 기밀이었으나, 프리랜서 요원의 정보도 이제 기밀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영국 검찰은 스크리팔 부녀 독살시도 사건의 용의자인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소속 장교 알렉산드르 페트로프(39)와 루슬란 보쉬로프(40)를 살인공모와 살인미수, 화학무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러시아 정보 전문가인 마크 갈레오티에 따르면 모든 러시아 정보기관은 국내외 활동에 프리랜서를 투입하고 있다.

페트로프와 보쉬로프가 영국 검찰의 수사 결과대로 GRU 소속이 맞고, 프리랜서로 활동했다면 이번 대통령령에 따라 이들의 신상 정보는 국가 기밀이 되는 것이다.

러시아에는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분리된 대외정보국(SVR)이 있지만, GRU가 현재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GRU는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선거 개입 사건, 즉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하는 로버트 뮬러 미국 특별검사의 기소 내용에도 등장한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번 스크리팔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의 설명을 요구하는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나, 러시아 외무부는 관련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온라인 통신사인 폰탄카에 따르면 페트로프는 옛 소련 연방국가인 타지키스탄의 두샨베 출신으로, 모스크바 북부의 한 아파트로 주소가 돼 있으나 동네에서는 그를 아는 사람이 없고, 페트로프는 면역약품을 생산하는 모스크바의 한 업체 직원으로만 파악될 뿐 더 알려진 것이 없다.

러시아 야권 정치인인 드미트리 구드코프는 트위터에 "페트로프와 보쉬로프는 아마도 다음 회기에 의원이 돼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러한 언급은 2006년 KGB와 연방보안국(FSB) 요원이었다가 영국으로 망명해 푸틴 정권을 비난하는 반체제 활동을 하던중 독살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가디언은 해석했다.

리트비넨코는 강력한 독성을 지닌 방사성 동위원소 '폴로늄-210'을 넣은 차를 마시고 독살됐고, 영국이 범인으로 지목해 신병인도를 요청한 FSB 소속 안드레이 루고보이라는 인물은 2007년 러시아에서 의원으로 당선돼 푸틴으로부터 명예훈장을 받는가 하면 현재 40만파운드(약 5억7천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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