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 탓 농작물 피해 속출하는데…재해보험 가입 '바닥'

입력 2018-09-07 09:02
기상이변 탓 농작물 피해 속출하는데…재해보험 가입 '바닥'

가입률 가장 높은 전남 43.7% 그쳐…농민들 "별 도움 안 돼" 외면

(전국종합=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기습폭우와 폭염, 냉해 등 각종 재해 탓에 애써 키운 농작물이 쓸모없게 되면서 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재해의 위험으로부터 농민들을 보호할 장치로 기대를 모았던 농작물 재해보험은 여전히 농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시행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가입률은 50%를 넘어서지 못할 정도로 저조하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보험료율 격차나 손해 평가에 대한 불신이 농민들의 재해보험 가입을 꺼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7일 농림식품부에 따르면 기상 이변이 속출한 올 1월부터 7월까지 한파와 집중호우 등 각종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농작물은 공식 집계된 것만도 6만6천503㏊에 이른다.



이미 지난 한해 농작물 피해 규모 2만9천971ha의 2배를 훌쩍 넘을 정도로 올해 농작물 재해 피해는 유례 없이 컸다.

여기에 지난 7∼8월 전국을 강타한 폭염과 태풍 '솔릭',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더하면 그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은 자연재해 발생 여부에 따라 수확량과 상품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농민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정부에선 2001년 도입된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주는 이 보험은 보험료의 50%는 정부가, 30%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기 때문에 농가는 20%만 부담하면 된다.

시행 초기에는 사과와 배 등 일부 과수 품종 재배 농가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으나 점차 대상 품목이 늘면서 현재는 57개 품목이 보험가입 대상이 됐다.

재배 농가가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다.

보장 범위와 정부의 지원이 늘면서 가입 농가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적인 가입률은 50%를 밑돌아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NH 농협손보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올해 7월 기준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률은 농도인 전남이 43.7%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다.

이어 충남 40.5%, 전북 39.4%, 인천 34.9%, 강원 21.4%, 경남 20.3%, 경북 19.3%, 충북 18.8%, 제주 15.9%, 경기 12.1%, 울산 11.7%, 세종 11.1%, 광주 4.6%, 부산 4%, 대전 2.6%, 서울 2.5%, 대구 1.5% 순이었다.

17개 지방자치단체 중 재해보험 가입률이 절반 이상을 넘은 곳은 한 곳도 없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 관계자는 "그나마 벼농사의 보험 가입률이 높은 편"이라며 "재배 농작물 품목에 따라 보험 가입률에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해보험에 가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농가의 부정적인 인식이 가입률을 낮추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임소영 연구원은 "농민이 생각하는 피해가 100인데 보험사가 평가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70 정도로 정하면 농민들 입장에선 평가의 공정성에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해 특성상 지역별로 크게 차이가 나는 보험료 역시 농민들이 재해보험 가입을 꺼리게 하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시·도간 과도한 보험료율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올해 농작물 재해보험 적용 품목인 사과·배·벼 등 3개 품목에 한해서 보험료율 상한선을 설정했다.

적용 대상 품목도 지난해 53개 품목에서 올해 4개(메밀, 브로콜리, 양송이버섯, 새송이버섯) 품목을 추가했으며 2022년까지 총 67개 품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보장 품목과 범위를 확대하고 지역별 요율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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