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원 "리스트·쇼팽의 첼로곡, 신선함 줄 것"
엔리코 파체와 듀오 앨범 발표…11월 롯데콘서트홀서 공연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첼리스트 양성원(51)이 이탈리아 리스트와 쇼팽의 덜 알려진 첼로 곡들을 모아 음반을 발표한다. 작곡가이자 뛰어난 피아니스트인 리스트와 쇼팽은 숱한 피아노 명곡을 남겼지만 첼로를 위한 작품은 거의 없다.
양성원은 5일 서울 중구 한 커피숍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유명한 첼로 레퍼토리가 아니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었다"며 "첼로 애호가들에게도 신선하게 들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이탈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가 이번 앨범에도 함께했다.
양성원은 19세기에 함께 활동한 동시대 음악가이자 절친한 친구인 이 두 작곡가의 관계에 흥미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두 작곡가는 둘 다 기막힌 피아니스트였고 친구 사이였지만 스타일이 완전히 다릅니다. 쇼팽은 내적이고 시적인 연주에 강한 살롱 피아니스트였고, 리스트는 화려한 연주와 테크닉으로 '피아노계의 파가니니'로도 불렸죠."
양성원이 이번 음반에 담은 작품 대부분은 그토록 다른 두 작곡가가 변화를 드러낸 후기 작품들이다.
리스트 작품으로는 '잊힌 로망스' '슬픔의 곤돌라' '노넨베르트의 작은 방' '엘레지 1·2번', '위안', '사랑의 찬가' 등이 담겼고 쇼팽 작품으로는 말년에 작곡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등이 들었다.
"리스트 후기 작품이 점점 '쇼팽화'해 간다고 느꼈어요. 점점 내적이고 영적인 질문들을 스스로 던지죠. 쇼팽 역시 말년에 쓴 이 작품을 통해 미처 그동안 발견 못 한 영역, 색채를 찾는 것이 분명히 보입니다."
양성원 역시 끊임없이 자신한테 질문을 던지고 음악 영토를 넓힌다. '지적이고 학구적인 연주자'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그는 코다이(2000)를 시작으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2005)과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2007) 등을 발표했다. 최근엔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와의 브람스 첼로 소나타와 슈만 작품 모음집(2014), 트리오 오원과의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전곡(2015),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2016) 등도 선보였다.
"크리스털이 계속 깎이면서 점점 투명해지는 것처럼 저도 매일 활을 들며 이상적인 소리를 꿈꿉니다. 한 악구를 위해 19번을 녹음해본 적도 있죠. 제가 가진 것의 가장 깊은 것을 캐내어 관객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오는 11월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이번 앨범 수록곡 일부를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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