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의회 '밥그릇 싸움' 하느라 66일째 허송세월

입력 2018-09-05 17:19
용인시의회 '밥그릇 싸움' 하느라 66일째 허송세월

다수당인 민주당이 의장단 독식…한국당 "의장 사퇴하라"

(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의원들이 밥그릇 싸움하느라 의정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나 다 똑같아요."





제227회 제1차 정례회가 열린 5일 경기 용인시의회 본회의장.

모두 29명의 여·야 의원이 앉아 있어야 할 의원석은 18석으로 다수당이 된 민주당 의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한국당 의원이 있어야 할 11석은 텅 비어있었다.

6·13지방선거가 끝나고 7월 2일 용인시의회가 개원한 이후 한국당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보이콧하면서 이런 상황이 66일째 이어지고 있다.

용인시의회의 파행은 다수당인 민주당이 의장단 2석과 상임위원장 5석을 모두 '독식'하면서 시작됐다.

원구성을 위해 한국당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2석 등 3석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한국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용인시의회는 당초 7월 2일 오전 10시 의장단 선출을 위한 제225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열었지만, 한국당이 보이콧하면서 민주당 단독으로 의장을 선출했다.

다음날에도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민주당이 단독으로 2차 본회의를 열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5명을 선출했다. 의장·부의장에 이어 상임위 다섯 자리를 모두 민주당이 싹쓸이한 것이다.

민주당의 독식에 화가 난 한국당은 성명서를 통해 "한국당이 얻은 11석의 비율만큼 상임위원장을 배분해 줄 것을 민주당에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다수당의 횡포와 독선"이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눈 하나 끔뻑하지 않은 채 "여당이 의장단을 모두 차지한 만큼 그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고 더 낮은 자세로 의정활동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때부터 시작된 양 당간의 갈등으로 한국당은 추가경정 예산심사와 2017회계연도 결산 승인을 위한 5일 임시회까지 공식적인 의정활동을 하지 않은 채 장외투쟁만 하고 있다.

신민석 한국당 대표의원은 "야당과의 협의가 안 됐는데 다수의 힘으로 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협치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의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이어 "앞으로 상임위원회는 사안에 따라 의원이 판단해 참여하겠다"면서도 "민주당이 전혀 문제해결의 제스처를 하지 않고 있으니 국회에 찾아가 사태의 원인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입장을 듣고자 연합뉴스가 이건한 의장에게 전화했으나, 그는 통화는 하지 않은 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짤막한 답변을 문자메시지로 보내왔다.

밥그릇 싸움으로 시작된 의회 파행이 장기화하자 시청과 시의회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의회 공무원은 "시민을 대변해 의정활동을 해야 할 의원들이 자리다툼만 하고 있으니 시와 시의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강자인 민주당이 약자인 한국당에 대화 시도를 하거나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 공무원은 "시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이 내키지는 않지만, 지금 상황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면서 "하루빨리 여·야가 원만히 합의해 의회가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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