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노조와 협상결렬 덴마크, 풋살 선수까지 호출 '궁여지책'

입력 2018-09-05 14:50
선수노조와 협상결렬 덴마크, 풋살 선수까지 호출 '궁여지책'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위의 '강호' 덴마크가 슬로바키아와 평가전을 비롯해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 리그를 앞두고 풋살 선수들과 3부리그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새 얼굴 찾기'를 위한 실험도 아니다. 덴마크축구협회와 선수노조가 대표팀 선수들의 상업적 권리를 놓고 벌인 협상이 결렬돼 선수들이 A매치 출전을 보이콧해서다.

덴마크축구협회(DBU)는 5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6일 슬로바키아 평가전과 10일 2018-2019 UEFA 네이션스 리그 조별리그 웨일스전에 나설 24명의 선수를 발표했다.

하지만 선수 구성이 비정상적이다. 덴마크의 '간판스타' 크리스티안 에릭센(토트넘) 등 주요 선수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덴마크 신문인 '에크스트라 블라데트'는 "24명의 선수 중에는 풋살 대표팀 소속 선수들도 포함됐다. 대부분 선수도 덴마크 3부리그 선수들로 구성됐다"고 전했다.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도 대행이 맡는다. 아게 하레이데 덴마크 대표팀 감독은 자신이 뽑지 않은 선수를 이끌 수 없다며 지휘봉을 포기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덴마크축구협회와 선수노조가 맺은 단체협상이 지난 7월 31일 마감됐는데 두 단체가 선수들의 상업적 권리를 놓고 벌인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선수들이 대표팀 합류를 거부했다.

덴마크축구협회는 평가전과 2018-2019 UEFA 네이션스리그 조별리그 참가를 취소할 때 발생할 위약금과 대표팀 출전정지 처분을 피하려고 궁여지책으로 하위리그 선수들과 풋살 대표팀 선수까지 뽑아야 했다.

선수들은 덴마크축구협회와 계약한 스폰서 업체와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와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스폰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덴마크 대표팀이 급조된 하위리그 선수들로 평가전을 치르기로 하면서 홈에서 평가전을 앞둔 슬로바키아 대표팀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얀 코작 슬로바키아 감독은 "스포츠적인 관점에서 이번 경기를 통해 우리 선수들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슬로바키아축구협회도 덴마크 대표팀의 수준을 고려해 이번 평가전 입장권 가격을 1유로(약 1천300원)로 인하했다.

한편, 덴마크축구협회는 지난해 10월 여자대표팀 선수들과 연봉 협상에 실패하면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유럽 예선전을 취소한 바 있다.

hor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