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미·중 무역전쟁은 상대 약점 오해한, 틀린 가설서 출발"

입력 2018-09-05 11:06
FT "미·중 무역전쟁은 상대 약점 오해한, 틀린 가설서 출발"

톰 미첼 "트럼프·시진핑, '적을 알라'는 손자병법 간과"

"미국, 중국 경제 '휘청' 예상했으나 타격 그리 크지 않아"

"중국, 美 중간선거 후 무역전쟁서 후퇴할 것으로 잘못 판단"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상대방의 약점을 오해한, 틀린 가설에서 출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톰 미첼 베이징(北京) 지국장은 5일 '미·중 무역전쟁은 틀린 가설에 기초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중 양측 모두 상대방에 대한 약점을 오해한 데 대한 원죄가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미첼 지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국가를 1930년대 이래 가장 최악의 무역전쟁으로 이끌 준비를 하면서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라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의 격언 가운데 '적을 알라'는 부분을 간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시 주석은 모두 자기 나라가 무역전쟁에서 우세할 것이라고 확신을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옳지 않다는 게 미첼 지국장의 의견이다.

미첼 지국장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전쟁이 심화하면 중국 경제가 벼랑 끝에 몰릴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의 관리들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공화당의 선거 패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전쟁에서 후퇴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경제자문을 하는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8월 16일 기자들에게 "중국 경제는 이제 끔찍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몇몇 미국의 관리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처를 하자 중국에서 투자와 전반적인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미첼 지국장은 주장했다.

하지만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7%를 기록해 1분기의 6.8%보다 0.1%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치는 등 무역전쟁의 타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게 미첼 지국장의 지적이다.

중국 관리들이 예상하지 못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 경제의 문제점인 금융부문의 부채를 완화하려는 정책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중국 측도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중국 관리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읽고 있는 것만큼 미국을 읽은 데 서투른 것이 문제라고 미첼 지국장은 지적했다.

중국의 관리들은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가 중국에게 무역전쟁에서 벗어날 '데우스 엑스 마키나'(기계장치의 신)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고대 그리스극에서 자주 사용하던 극작술로,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는 기법이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고, 상원선거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미첼 지국장은 지적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 앞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미첼 지국장은 내다봤다.

미국에서 무역 문제는 몇 안 되는 초당파적인 문제다.

중국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대(對) 중국 무역 정책에 대해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못 평가하고 있다고 미첼 지국장은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미첼 지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미·중 무역전쟁은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은 7월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발효시켰다.

이어 8월 23일부터 16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을 25% 관세 부과 품목에 추가한 바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을 추가로 관세 대상품목에 포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j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