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성인 4분의 1 이상은 운동부족…건강 위험 경고음
아랍 심각, 美·英도 증가…여성이 남성보다 심해
"앉아서 하는 일·취미 늘고 안 걷는 것도 원인"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전세계 성인 4분의 1 이상이 운동부족 상태여서 당뇨나 암과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또 전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운동부족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 여성의 운동을 장려하기 위한 사회적·문화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DPA 통신 등이 전한 유엔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세계 성인 인구 중 14억명 가량이 WHO가 권장하고 있는 주당 적당한 운동 최소 150분 또는 격렬한 운동 최소 75분이라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성인 인구의 27.5%가량이 운동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이 수치는 지난 2001년에 비해 1%포인트밖에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미국을 포함해 영국, 독일, 뉴질랜드 등 서구의 부유국과 중남미 국가들에서도 운동부족 성인의 비율은 지난 2001년 32%에서 2016년 37%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운동부족이 가장 심각한 국가는 쿠웨이트와 미국령 사모아,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라크 등으로 사모아를 제외하고는 아랍국들이 대부분이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에서도 운동부족 성인의 비율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달리 빈곤국들은 운동부족 성인 비율은 16%대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간다와 모잠비크의 경우, 그 비율은 6%대로 세계에서 운동 부족 성인의 비율이 가장 낮았다.
이와 관련, WHO는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성인들이 앉아서 하는 일이나 취미가 많아진 데다 힘을 쓸 필요가 없는 엔진이 달린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서는 일터에서건 이동 과정에서건 더 많은 근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WHO는 설명했다.
WHO는 주당 최소 운동 권장량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심장질환이나 당뇨, 치매 그리고 몇 종류의 암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WHO는 그러면서 이런 문제는 단순히 개인들에게 운동하라고 말하는 것에 그쳐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사람들이 더 많이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에서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여성이 남성보다 운동부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WHO는 밝혔다.
특히 중동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으며, 부유한 서구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영국의 경우, 2016년 운동부족 전체 성인 비율 36% 중 남성은 32%지만 여성은 40%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HO는 보육 부담의 증가나 여성이 운동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문화적 태도 등 여러 요인이 합쳐져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연구논문의 주요 필자인 WHO의 레기나 구트홀트 박사는 "다른 주요한 전지구적 건강위협 요인과는 달리, 육체운동 부족 수준은 대체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암이나 당뇨와 같은 비전염성 질병의 예방과 관리에 중대한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공동 집필자인 피오나 불 박사는 "여성들은 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막는 환경적, 사회적 문화적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며 "여성들이 운동 기회를 가질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랜싯 퍼블릭헬스' 저널에 소개된 WHO의 이번 연구는 168개국 190만명을 대상으로 한 358개의 연구 과제 중 운동 시간에 관한 자가 보고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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