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예멘 통학버스 오폭한 사우디에 유도탄 수출 취소
지난달 초 아랍동맹군 공습으로 통학버스 탄 아동 등 51명 숨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투기가 예멘에서 통학버스를 폭격해 어린이 등 수십 명이 숨진 사태와 관련, 스페인이 사우디와 맺은 첨단 무기 수출계약을 전격 파기했다.
스페인 정부는 자국에서 개발한 정밀 레이저 유도탄 400기를 사우디에 수출하기로 한 계약을 취소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카데나 세르 방송이 처음으로 보도한 이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계약 파기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스페인은 사우디로부터 받은 계약금 920만 유로(120억원 상당)를 반환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 파기는 지난달 9일 아랍동맹군 소속 사우디 전투기가 예멘 북부 사다 지역의 한 시장에서 통학버스를 공격해 안에 타고 있던 어린이 40명 등 51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다친 사건에 대해 사우디 측에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와 아랍동맹군은 당초 이 공습이 반군이 타고 있던 버스를 표적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무고한 인명이 대거 희생되자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고 이후 오폭이었다면서 실수를 자인한 바 있다.
스페인은 전 정부 때인 2015년 사우디와 레이저 정밀유도탄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우파 국민당 내각을 중도에 실각시키고 지난 6월 출범한 사회당 정부는 인권과 평화를 주요 가치로 내건 당헌에 따라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를 집행하는 것이 타당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이란과 연계된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의 정권을 전복시키자 2015년 3월 예멘 사태에 무력을 동원해 개입했다. 하디는 사우디 정부의 보호 아래 피신 중이다.
스페인은 사우디와 여러 건의 무기 수출계약을 체결한 사우디의 최대 무기 수입국 중 하나다.
지난 4월에는 사우디에 구축함 5대의 수출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날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그린피스, 옥스팜 등 국제구호·시민단체들은 사우디의 예멘 스쿨버스 폭격 사태와 관련해 스페인 무역장관을 면담하고 사우디에 대한 모든 무기수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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