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지역구의원과 장애인학교 설립 합의…"결재받나" 비판
김성태 의원·설립반대 주민과 '합의'…행정·법적으로 필요 없어
'무릎호소'로 설립 공감대 만든 장애학생 부모들엔 합의추진 안 알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강서구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에 관한 합의를 발표하자 사실상 '결재'를 받은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 의원,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오후 3시 국회에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날 합의문 발표식은 오전 11시께 '합의문 내용을 두고 교육청과 김 의원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차례 취소됐다가 오후 2시께 다시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이번 합의는 서울시교육청 입장에서 보면 굴욕에 가깝다. 학교설립은 교육감 권한인데 국립한방병원 건립에 협조하겠다는 등 '공약'을 내세워 지역구 의원과 주민에게 허락을 구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교육청이 이른바 '뗏법'에 굴복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방교육자치법을 보면 학교 '설치·이전·폐지'는 교육감 권한이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학교신설 행정예고'를 통해 주민 의견을 반영하긴 하지만 학교신설 결정은 최종적으로 교육감이 내린다. 특수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서진학교는 교육청 소유 학교용지에 기존 학교건물을 활용해 지어진다. 쉽게 말해 학교는 그대로 두고 다니는 학생만 초등학생에서 장애학생으로 바꾸는 것이다. 학교설립에 교육청 외 다른 사람·기관이 간섭할 여지가 사실상 없다.
이번 합의가 법적·행정적으로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작년에 이뤄졌다.
여느 특수학교와 마찬가지로 서진학교도 '주민 반대'가 극심했다.
작년 9월 5일 주민설명회 때는 장애학생 부모들이 학교설립을 호소하며 주민들 앞에 무릎 꿇기도 했다. 이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하면서 '님비현상'에 대한 공분이 일었다.
이후 정부는 2022년까지 최소 22곳의 특수학교를 만들고 특수학급 1천250개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사회적으로 특수학교를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서진학교는 이런 공감대를 상징하는 학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주민이 컨테이너 등을 동원해 공사를 방해하겠다고 하는 등 서진학교 공사 차질이 예상돼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합의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합의문 발표식에서도 조 교육감의 굴욕이 이어졌다.
서진학교 설립에 반대해온 손동호 비대위원장은 "강서구에는 이미 특수학교가 있어 (새로 특수학교를 설치하려면) 특수학교가 없는 자치구부터 설치해야 했다"면서 주민이 큰 양보를 한 것처럼 설명했다. 그는 "국립한방병원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는 말도 했다.
조 교육감은 이러한 손 위원장 발언을 옆에서 묵묵히 듣기만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비대위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 SNS 채팅방에 약 200명가량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서진학교가 들어설 강서구 가양2동 주민(1만6천120여명)의 1.24%에 그친다.
서진학교 설립을 끌어낸 것은 '무릎 호소'를 한 장애학생 부모들이었지만, 정작 이번 합의 추진과정에서는 철저히 소외됐다.
장애학생 어머니로 서진학교 설립에 적극적으로 노력한 이은자 강서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은 "이번 합의와 관련해 교육청은 장애학생 부모들에게 전혀 연락하지 않았다"면서 "교육청이 한방병원 건립에 협조한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교육청이 특수학교를 짓게 해주면 한방병원 설립에 협조한다고 약속했으니 다른 특수학교 설립 때도 비슷한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조 교육감이 어떻게 책임질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장애학생 부모들은 5일 '무릎 호소' 1년을 맞아 조 교육감과 특수교육 발전과 관련한 간담회를 한다. 장애학생 부모들의 간담회 참석은 교육감이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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